북한인권법이 2005년 발의된 이후 제정되지 못하고 끌어온 지 올해로 11년째다. 이번 19대 국회에서도 역시 제정되지 못할 우려가 커진 가운데 여야가 도달했다는 절충안 조차 김정은 북한정권의 인권침해를 사전에 억제하기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야가 절충한 북한인권법안은 지금처럼 무자비한 인권침해 행위, 반인도범죄를 김정은 정권이 저지르는 데 아무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북한인권법통과를위한모임(NANK)이 주최하는 '실효성 있는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박성준 부대표는 토론자리에서 북한인권법의 중요성과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법무부 설치를 강조했다. 특히 박 부대표는 “국제사회가 북한정권에 의해 자행되는 반인도범죄에 규탄하고 있지만, 그 책임추궁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통일 이후 이루어질 김정은 정권의 과거 청산문제와 같은 전환기적 정의를 (국내법을 기반으로) 능동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아래 글은 박성준 부대표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 박성준 북한인권법통과를위한모임(NANK) 부대표 |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법무부에 설치해야하는 이유
Ⅰ. 서론
2014년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를 시작으로 유엔인권기구 서울사무소 개소, 북한인권문제의 UN안보리 의제화 등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전보다는 북한인권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북한인권법은 2004년 미국에서 가장먼저 제정되었지만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2005년 김문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발의를 시작으로 2016년 현재까지 국회에 본회의에서 조차 상정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그리고 여야 합의로 2016년 1월 29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3일 작성해놨던 합의문의 한 단어를 문제 삼으면서 처리가 무산되었다.1) 하지만 인권침해기록보존소를 법무부가 아닌 통일부에 설치하자는 야당의 절충안을 여당이 수용함으로써 북한인권법의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북한과의 교류를 중점으로 하는 통일부에 기록보존임무를 부과한 것에 대해 오히려 절충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은 일이 잘된 일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2)
Ⅱ. 본론
북한인권법의 인권침해기록보존소를 법무부에 설치하는 것은 인지연 대표가 발표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단순히 조사연구를 위한 기록(Information)이 아니라 범죄의 처벌을 위한 기록(Evidence of a crime)인 것이다. 인권침해기록보존소는 서독의 짤쯔기터를 그 모태로 하는데, 이는 인권침해 행위자를 북한당국으로 지명하기에 북한당국으로선 반발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도 하다. 아래는 인권침해기록보존소의 모태가 되는 서독의 짤쯔기터에 대한 의의와 인권침해기록보존소 설치에 대한 당위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짤쯔기터, 서독 중앙법무기록보존소
1961년 동독이 베를린장벽을 설치하면서 서독정부는 동독내의 정치적 폭력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였고 동독의 반인도범죄행위에 대한 자료를 수집 보존하면서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형사소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같은 해 11월 24일 니더작센 주에 짤쯔기터 시에 중앙법무기록보존소를 설치하였다.3) 이를 통해 1961년까지 4만 건 이상의 동독정권의 인권침해사례를 기록·보존해두었고, 인권침해의 행위자에 대한 압박을 통해 인권침해 억제효과를 이루었다. 서독의 중앙법무기록보존소는 인권의 보편성을 바탕으로 동독주민의 인권침해를 파악하여 대내외적으로 자유주의체제의 정당성을 보여주었고, 분단의 극복 당위성 및 의지를 명확히 나타내었다.4)
▲ 3일 북통모(NANK)가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북한인권법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 박성준 북통모 부대표 및 박창연 새빛한올 대표와 청중들은 19대 국회 여야 절충안 조차 김정은 북한정권의 인권침해를 사전에 억제하기 불충분하다는 지적을 제기했다./사진=미디어펜 |
2. 북한인권법의 제정과 인권기록보존소 법무부설치의 당위성
(1) 헌법적 명령, 북한인권법
우선 북한인권법은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와 북한은 반국가단체가 일시적으로 점령한 지역으로 당연 북한주민의 지위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5) 그리하여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에 따라 북한주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할 의무를 갖는다. 북한인권주민의 인권보장은 선택이 아닌 헌법적 명령이다.
(2) 인권침해기록보존소 법무부에 설치 되어야하는 이유
① 북한인권법의 법제화 없이 다른 부처에 인권기록을 하자는 의견도 다분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2011년 3월부터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을 설치, 운영한다고 밝혔다.6) 하지만 1년만에 반대로 인해 활동을 지속할 수 없었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7) 증거의 기록보존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위해 법제화를 통한 인권침해기록보존소의 상설화가 이루어져한다.
② 인권침해기록보존소를 통일부에 설치할 경우, 남북간의 교류협력을 우선으로 하는 통일부가 북한의 심기를 자극할 수 있는 인권침해기록 임무를 온전히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③ 현재 COI 권고에 따른 후속조치로 유엔인권기구 서울 현장사무소가 설치되면서 유엔차원에서 인권침해사례를 기록·보존하고 있지만, 이는 국제형사재판소(ICC)나 유엔임시재판소에서 증거로서의 효력을 발휘할 뿐 훗날 통일 이후 과거청산에서의 인권침해 행위자에 대한 국내법적근거가 될 수는 없기 때문에, 별도로 법적지휘를 갖춘 기관이 그 임무를 이행해 나아가야할 것이다.8)
▲ 북한인권법의 인권침해기록보존소를 법무부에 설치하는 것은 단순히 조사연구를 위한 기록(Information)이 아니라 북한 김정은 정권의 범죄 처벌을 위한 기록(Evidence of a crime)이다./사진=연합뉴스 |
Ⅲ. 결론
아무리 국제사회가 북한정권에 의해 자행되는 반인도범죄에 규탄하고 있지만, 그 책임추궁은 쉽지 않을 것이다. 구유고슬로비아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Tribunal for the former Yugoslavia)의 재판과정에서 반인도범죄의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증거의 부족, 관련자의 증언 거부, 정부의 의지 미흡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재판 진행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다.9) 그리고 유엔임시(ad hoc)국제재판소와 혼합재판소는 설립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관여하고10), 국제형사재판소 역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산하재판소라는 비판11)받는 형국을 고려해볼 때, 국제사회를 통한 북한정권의 반인도범죄의 책임자에 대한 단죄는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결과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하루 빨리 북한인권침해기록보존소를 대한민국 법무부에 설치함으로써 통일이후 이루어질 과거청산문제와 같은 전환기적 정의12)을 국내법을 기반으로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이행해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할 것이다. /박성준 북한인권법통과를위한모임(NANK) 부대표
1) '함께' 단어 위치 때문에… 北인권법 불발. 조선일보, 2016.01.3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30/2016013000300.html(최종접속일 2016.2.1.) 2) 김형구, [취재일기] 흥정으로 누더기 된 북한인권법. 중앙일보, 2016.01.28. 3) 윤여상, 제성호 “서독의 동독 인권침해 기록사례와 한국의 원용방안: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운영을 중심으로” 중앙법학회 중앙법학 제8집제1호(2006.4) -p.293 4) 윤 et al, Id –p.299 5) 대법원 1996.11.12, 선고, 96누1221, 판결 6) 인권위 “북한 인권침해 신고 받는다”. 뉴데일리, 2011.02.28. 7) 제성호, 북한인권 침해기록 및 북한인권법 제정 문제(硏究論文) –p.63 8) 제성호, Id -p.61 9) 강욱, 홍정민, 전환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의 개념과 적용: 보스니아(구 유고)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범죄학회 제8권1호 10) 조정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권고이행방안”토론회 자료집, p.54 (2014.8.27.) 11) 한희원「국제인권법원론: 이론과 케이스」, 삼영사, 2012, p.627 12) 조정현, Supra note, p54. 과도기(전환기) 정의란, 권위주의나 전체주의 체제의 국가가 민주체제로 전환하거나 내전이나 분쟁이 종식되고 새로운 체제가 들어설 경우, 과거 체제 하에서 또는 내전이나 분쟁 중에 발생한 각종 인권유린이나 전쟁범죄 등을 어떻게 처리하여 관련국 믿 그 국민이 항구적인 평화 및 화해·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