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의 위기를 경고한 다보스포럼
▲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
지난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이 4차 산업혁명을 논했다. 이 포럼에서 로봇,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이 가져오는 21세기는 세계 산업 질서에 충격을 가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전망했다.
특히 일자리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는 일하는 로봇, 행동하는 인공 지능이 삶에 급속히 침투하면서 2020년까지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지고, 이전에 없던 일자리 200만개가 생겨날 것으로 경고했다. 계산을 다시 해 보면 결국 앞으로 5년 만에 510만개 일자리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1개라도 늘어나도 걱정이 안 되는데 매년 100만 개씩이나 사라진다는 무서운 경고를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제시했다. 이 사라지는 일자리 중에 7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직종은 다름 아닌 사무 관리직이다. 사무 관리직은 대다수 사람들이 원하는 일자리일지도 모른다.
지난 2015년에는 여의도 금융가에 감원 찬바람이 불었다. 동네마다 있었던 은행지점이 없어지고 많은 금융업계 종사자들이 명예퇴직으로 직장을 떠났다. 기존에 했던 금융거래를 인터넷, 모바일로 처리하고 사람보다는 로봇이나 컴퓨터가 금융서비스를 해 주니 다보스 보고서처럼 사라지는 일자리는 금융업 같은 사무 관리직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취업역량 강화가 깡으로 변질돼
이런 와중에 지난 20일부터 성남시(시장 이재명)가 청년들의 복지와 취업 역량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성남사랑상품권을 청년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했다. 연 예산 113억 원을 배정해, 성남시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재산·소득·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연간 50만원을 지급한다는 정책이다.
결국 연봉 5000만 원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 사원도 청년배당금을 받았다. 공짜로 준다고 하니 대상자 1만 2000여 명 중 이미 70% 넘는 젊은이들이 상품권을 받았다. 현금 살포라는 비난을 쇄도하자 성남시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권으로 배부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며 청년 배당 정책이 잘한 정책이라고 홍보했다.
▲ 상품권 깡 부른 청년배당금…이재명의 위험한 포츌리즘. 정부 반대에도 올해부터 '3대 무상복지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가 '청년배당' 지급을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
젊은이들의 미래에 정치논리를 배제해야
취업이 되지 않아 고통 받는 젊은이를 돕겠다는데 절대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찰을 나눠주거나 상품권을 돌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런 포퓰리즘적 정책은 일자리 창출 효과도 없고 오히러 젊은이들을 자활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희박하게 만든다.
정말 청년 취업을 위한다면 젊은이들에게 돈을 쥐어주지 말고 현실적인 직업교육을 시키거나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청년에게 창업 지원을 먼저 해야 한다. 취업 역량을 높인다면서 가진 자까지 무조건 국민 혈세를 나눠준다는 것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또한 성남시 말고 다른 지역에 사는 젊은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소외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취업, 일자리 문제에는 진보·보수, 좌우를 떠나서 구조적인 문제도 상당히 있다.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너무 정치논리나 포퓰리즘에 빠져 있다 보면 결국에는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나갈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아픔으로 다가서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보스의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어야 한다. 한해가 크게 좋아지고 양기가 돋아지는 그런 정책이 나오기를 기원한다. /송덕진 휴먼디자이너·극동미래연구소장·왕토끼CIO·포퓰리즘감시시민단체연합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