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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기업 존폐 위기…경제계 '의기투합'

2016-02-15 12:35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미디어펜=김세헌기자] 남한의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이은 북한의 자산동결 조치에 입주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되면서, 생산을 개성공단에 크게 의존하던 기업들은 존폐의 기로에 선 모습이다.

북한의 자산동결 조치에 따라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에 의기투합해 입주기업을 위한 대응을 공동모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업계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 기업 가운데 절반가량은 남한이나 외국에 생산시설을 따로 두지 않고 오직 개성공단에만 의존하고 있다.

공단에서 약 1300명이 일하는 한 대형 의류업체의 경우 공장 전 직원이 망연자실한 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폐업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북한의 갑작스런 추방선포에 상품을 챙겨오지 못한 이 업체의 경우 원가로만 70∼80억원의 손해발생이 예상된다.

또 다른 의류업체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50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공단 중단으로 손해를 본 원자재 값만 30억에 달한다. 한 기계제조업체는 이번 사태로 약 100억원 정도의 피해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대표로 있는 에스엔지는 지난해 4월 대전공장을 청산하고 개성공단으로 시설을 모두 이전했다. 이번에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회사 존립도 위태로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엔지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는 940여명에 이른다.

업체 관계자들은 “정부에서 갑작스럽게 개성공단 철수 조치를 하는 바람에 손을 쓸 겨를도 없었다”며 “제작이 이미 끝난 완제품을 거의 가지고 나오지 못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이들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려면 개성공단 기계와 설비뿐만 아니라 원부자재에 대한 보상도 함께 진행돼야 하며, 신속한 국내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지원도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라 피해가 우려되는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12일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긴급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남북협력기금에서 대출을 받은 기업들에는 기존 대출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고 남북경협 보험에 가입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남북협력기금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절차에 즉시 착수하기로 했다.

지원대책에는 이 밖에도 ▲국책은행을 통한 긴급 경영안정 자금 지원 ▲민간은행의 대출금리 인하, 대출상환 유예, 만기 연장 등에 대한 협조 요청 ▲국세와 지방세, 공과금의 유예 ▲입주기업 근로자에 대한 고용유지 지원금 지급, 생활안정 자금 융자 등 방안도 담겼다.

또한 정부는 개성공단 관련 기업의 경영이 하루 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들과 거래해 온 대·중소기업들에 기존 거래 관계를 유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서울 뉴국제호텔에서 경제단체장들을 긴급히 만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한 자리에서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경영 애로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경제계의 동참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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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거래업체들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생산 애로를 고려해 납품 기한, 대금 지급 기한 등을 연장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것으로, 경제단체들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 회원 기업 간 거래 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협조하기로 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절반 이상은 섬유·봉제업체가 차지한다.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입주기업을 협력업체로 둔 국내 대형 패션기업들은 제품 생산에 다소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협력업체의 국내외 다른 공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재산손실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전제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2013년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됐을 당시 일부 대기업이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곧바로 끊어 패션 대기업 전체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이미 어려운 상황에 처한 협력업체를 사지로 내몰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LF 등 대기업들은 그동안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계속 거래를 유지해왔던 업체들인 만큼 향후에도 제품 생산에 대한 현재의 파트너십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현대홈쇼핑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따라 어려움을 겪게 된 협력사에 상품개발기금, 무료 방송, 무이자 대출 등을 통해 총 17억여원을 지원한다.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단순한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마케팅, 홍보, 해외 수출 등의 추가 지원에도 나선다.

은행권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 돌입했다.

KB국민은행은 거래중인 개성공단 입주기업 가운데 긴급 운전자금이 필요한 업체에는 최고 5억원까지, 최대 연 2.0%포인트의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또 기존대출 만기도래 시 우대금리(최대 연 2.0%포인트) 적용과 함께 원금상환 없는 기한연장도 적용키로 했다.

KEB하나은행도 기존대출의 만기가 도래하면 원금상환 없이 기한을 연장키로 했다. 분할상환 중인 대출에 대해선 최장 6개월 이내에서 상환을 연기해준다. 아울러 기존 대출 만기 연장 시에 2.05%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적용키로 했다.

NH농협이나 우리은행 등 다른 주요 은행들도 만기여신을 연장해주거나 대출금 상환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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