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8일 남북러 3국 물류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을 포함하는 독자적인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기재부, 외교부, 통일부, 해수부, 금융위 등과 정부합동브리핑을 열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책임 있는 개인 38명과 단체 24개 등 신규 금융제재 대상 명단을 발표하고, 해운통제 강화와 수출입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조치를 밝혔다.
먼저, WMD 개발에 책임 있는 개임 38명과 단체 24개가 신규로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대상자에는 김영철 대남비서(전 정찰총국장)와 박도춘 전 당 군수담당비서, 주규창 전 당 군수공업부장, 백세봉 전 제2경제위원회 위원장 등이 포함됐다. 김석철 주 미얀마 북한대사와 황수만 무기거래상도 지정됐다.
대상단체는 무역은행, 조선대성은행, 영변원자력연구센터, 전략군, 조선대성무역총회사 등과 원양해운 위장회사인 해진선박, 평진선박 등이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을 우회로 지원하고 있는 제3국적 개인 2명과 단체 6개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8일 남북러 3국 물류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을 포함하는 독자적인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또, 외국선박이 북한에 기항한 뒤 180일 이내 국내에 입항하는 것을 전면 불허하기로 했다. 지난 5.24조치로 인해 이미 북한선박의 우리 해역의 운항은 금지돼 있다. 여기에 제3국의 선박의 남북항로 운항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로써 러시아 하산에서 석탄 등 물품을 싣고 북한 나진항을 통해 우리나라로 운송하는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이행이 힘들어졌다. 이와 관련해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사전에 러시아 측에도 충분히 설명했다”며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는 사업 재개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북한의 제3국 편의치적선박의 국내 입항도 금지하기로 했다.
다음, 북한산 물품이 제3국을 우회해 국내로 위장반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남북간 반출입 통제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북한이 국제적 통제 대상이 아닌 물품으로도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만큼 북한에 특화된 별도의 감시 대상 품목 목록을 작성·통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해외 북한식당 등 북한과 관련된 영리시설의 이용 자제를 계속 계도해나가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실제로 최근 우리 국민의 해외 북한식당 이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현재 계도 수준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북한식당도 외화수입 경로 가운데 하나이므로 궁극적으로 대량살상무기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로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를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면서 “이런 차원에서 강력하고 실효적인 안보리 제재의 충실한 이행과 주요국들의 독자제재를 연계해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들을 취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3일 만장일치로 결의 2270호를 채택했다. 이번 결의는 유엔 192개국을 대상으로 북한 수출입 화물에 대한 ‘의무적 검색’(mandatory inspection)을 규정해 ‘군사 조치’를 뺀 제재로는 최강의 경제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에 따라 북중교역 차단 항목에 북한주민의 생계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로 예외조항을 만들어 실제 어느 정도로 효력을 발휘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써 우리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시행해온 5.24조치에 이어 2월10일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단행했으며, 이번에 유엔 결의 이행을 위해 나진·하산 프로젝트까지 중단했다.
이번 독자 제재 조치와 관련해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개인과 단체의 경우 실제 이들과 거래하는 우리 국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해운 통제의 경우 2015년 한해에만 총 66척의 북한기항 제3국 선박이 국내 항만에 총 104회 입항했고, 주로 철강, 잡화 등을 수송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선박들이 우리나라에 취항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운송계약을 기피할 것이므로 대북제재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