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김종인 대표가 "오겠다면 받아야지 어떡하나"라고 미끼 하나 툭 던진 이후 아예 대놓고 "돌아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낡은 정치의 근원인 양당 기득권 체제를 깨겠다고 만든 국민의당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새정치네 뭐네 해도 어차피 당신네들이 돌아올 곳은 여기밖에 더 있겠느냐는 의미일 것이다.
당장 선거가 급한 더민주야 정치 도의를 내팽개칠 수 있다 치자. 그렇더라도 국민의당 내부에서 야권연대하자며 당을 흔들어대는 추한 꼴들은 뭔가. 국민의당 창당 목표가 이번 총선에서 어떻게든 국회의원 뱃지를 많이 달겠다는 것이었나. 공천 자리를 먹잇감처럼 흔들면서 국민의당을 희롱하는 더민주나 그것에 휘둘리는 통합파들의 꼴불견 국민은 과연 어떻게 바라보겠나.
당이 휘청거리는 중심에서 김한길, 천정배 두 사람이 보이는 행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두 사람은 새누리당의 독주와 개헌저지는 어떻게든 막아야한다며 야권연대를 주장한다. 그런데 이 논리를 가만히 뜯어보자. 그동안 누군가가 지겹게 반복해왔던 논리 아닌가. 이것이 바로 '반새누리'의 호남 민심을 볼모로 제1야당의 패권정치를 철통처럼 지켜온 가장 강력한 논리 아니었나.
애초 국민의당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도 호남이 더 이상 친노패권주의 제물이 돼선 안 된다는 호남 민심의 여망 때문이었다. 초기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그렇게 높았던 것도 바로 이런 민의가 들끓었기 때문이고, 안철수를 비롯해 국민의당이 그 민의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야권연대를 말하기 위해선 이런 호남 민심을 먼저 살펴야 하는 건 기본이다. 더민주가 야권연대를 말하기 위해선 김한길의 공천자리를 비워둘 게 아니라 호남 민심에 사과부터 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이 야권통합을 주장하는 국민의당 의원들의 지역구를 비웠다. 국민의당이 휘청거리는 중심에서 김한길, 천정배 두 사람이 보이는 행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부르짖으며 더민주를 떠난 이들이 또 다시 선거를 위한 협잡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진=연합뉴스
친노패권세력의 강력한 무기가 돼온 호남 볼모 정치
그런데 지금 더민주의 행태는 어떤가. 지금까지 공천 결과 곁가지 친노, 6두품 친노만 몇 명 가지치기 했을 뿐, 야권 전체의 패권을 쥐고 있는 핵심, 성골들은 건드리지도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을 비롯한 친노 패권주의에 된통 당한 호남 민심이 그렇게 거부하는데도 아랑곳없다. 다시 말해 친노 패권주의 청산 여망을 갖고 있는 호남 민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제2의 패권정치 서막의 장을 열고 있다는 얘기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갈라진 야당분열의 원인은 이런 호남 민의를 더민주가 외면하고 배격했기 때문인데 이걸 여전히 모른 척 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 아닌가. 그래서 더민주가 진정으로 야권연대를 열망하고, 말하려면 호남에서부터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비로소 호남의 매서운 민심을 수용하고 반성한다는 진정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지 수도권 야권연대부터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한낱 정치공학에 불과하다.
김한길이 말한 패권정치 청산이나, 천정배가 말하는 호남정치 복원이란 바로 그런 호남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호남을 숙주로 삼아 민주당을 삼킨 친노운동권 패권정치를 종식시키는 길이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더민주는 이인영, 우상호, 최민희와 같은 친노운동권 패권주의 핵심 인물들은 온전히 다 살렸다.
우상호 의원이 최근 한 라디오에서 한 발언들을 보면 자명하다. "통합이 안 되면 수도권 연대라도 해야 된다는 것이 많은 야권 지지자들의 절실한 마음", "(안철수 독자생존 주장에 대해) 정말 야권 연대를 안 하겠다는 취지라면 저는 상당히 심각한 일",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다수 의석을 용인해주겠다는 얘기", "더민주가 잘되는 것보다 새누리당이 잘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면 심각한 문제", "탈당 당시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새누리당 독주를 막아야한다는 전제 하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 우상호 뿐 아니라 이게 바로 더민주 패권주의자들의 온전한 본심일 것이다. 또 그동안 반새누리의 호남 정서를 붙들고 우려먹던 친노운동권 패권세력이 고수했던 강력한 논리였다. 김한길 국민의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1일 위원장직 사퇴를 선언했다./사진=미디어펜
진정한 연대의 시작은 수도권이 아닌 호남이다
호남 민심에 대한 반성과 진정한 화합, 연대 노력 없이 이런 정치공학적 수도권 연대로 인해 이득을 볼 사람들은 수도권 출마자 김한길, 새누리당의 강력한 경쟁자 호남 출신 이성헌과 맞붙는 우상호와 같은 통합론자들 뿐이다. 호남정치 복원하겠다며 뛰쳐나와선 또 야권연대 운운하며 다시 탈당할 것처럼 당을 압박한 천정배도 그렇고, 주승용 등등도 마찬가지다. 몸은 국민의당에 있으면서 결국 자신들 친정, 고향은 더민주라는 얘기 아닌가.
어떻게 새로운 정치를 해보겠다고 당에 침뱉고 나온 사람들이 지금 몸담고 있는 자당을 또 그렇게 흔들고 다시 침을 뱉으려는 데 앞장설 수가 있느냐는 얘기다. 정당 브레이커라는 조롱까지 받는 처지인 김한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의 지금 행태야말로 호남을 팔아 친노패권주의를 더 강화시켜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렇기에 이들의 연대 주장이 과연 야당 정치발전과 호남을 위한 것인지, 자신들 뱃지를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야권분열은 호남을 이용하고 혜택을 받았으면서도 역차별해온 친노운동권 패권주의가 근본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건 필자의 주장이 아니라 호남 민심이 지금까지 분노하고 항의해온 아주 복잡하고 근원적인 문제이고, 실제로도 김대중 노무현 정권 이후로 끊임없는 야당 갈등의 원인이 돼 왔다.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이 최근 올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호남에선 반문재인 정서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이 현상은 더민주가 친노운동권 패권주의가 여전하다는 호남 민심의 경고이자 안철수의 말대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야당 정치의 적나라한 현실을 반증한다. 그런데도 호남 민심에 역행하는 국보위 출신 김종인까지 끌어들이는 화장술을 아무렇지 않게 쓰고, 또 정치도의까지 잊으며 국민의당을 야권연대로 압박하는 것은 오히려 호남 민심의 분노를 키워 역풍을 부르는 꼴이다.
그리고 그 길에 앞장선 김한길과 천정배 등 호남이 키워준 호남 정치인들의 배신의 정치야말로 심판받을지 모른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통합론자들은 자기 정치잇속 계산을 멈추고 호남 민심부터 추슬러야 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