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프로슈머' 전기가 돈 되는 세상, '일렉트릭 머니'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전력 소비자가 생산자도 될 수 있는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 개인이 생산한 전기를 이웃에 직접 파는 길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프로슈머 간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개인이 태양광 등을 통해 소규모로 생산한 전력은 한국전력이나 전력거래소에만 판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슈머 전력거래 시장은 전기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송배전사업자의 전력망 건설·유지비용의 절감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프로슈머 에너지 시장의 규모는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기후변화 대응과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지는 현 시점에서 신재생 투자 확대를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엔 기업이나 개인이 자체 생산한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남는 전기를 서로 사고팔 수 있게 해주는 전력거래 기술이 개발되면서, 개인 간 전력거래 확산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에너지 거래 핵심기술은 ▲에너지 정보 교환 프로토콜 기술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P2P(Peer to Peer) 기반 에너지 거래기술 ▲분산자원 에너지 통합관리 및 거래기술 등이다.

이 기술은 건물 내 전기 소비 장치들의 예측 수요와 현황을 바탕으로 건물 내·외부에 태양광, 에너지 저장장치 등을 설치, 에너지 수요와 공급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통합 관리하고 잉여 에너지는 소비자끼리 거래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기 에너지 거래를 연결해 주는 일종의 에너지 중개시장 기반기술로, 이를 통해 최대 전력 피크시의 에너지 절감뿐만 아니라 잉여에너지에 대한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술은 발전량이나 가격, 스케줄 등 거래·판매 대상이 되는 각종 분산자원 정보를 중개시장 서버에 등록, 분산자원 온라인 전력 거래를 중재하고, 계약된 분산자원의 발전 또는 수요 감축 여부를 실시간으로 점검해 에너지 판매자와 구매자간 직접거래를 가능케 해준다.

특히 국제표준 기반의 상용 수준 프로토콜을 처음 개발한 것으로, 소비자 영역에서 전력 피크에 대응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를 거래,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는 그간 지붕 위 태양광 등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일정 구역 내의 이웃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게끔 제도를 정비해 왔다.

지난달엔 소규모 전력거래지침 개정을 통해 이웃 간 전력 거래를 위한 제도적 근거를 정식으로 마련했다. 향후 전기사업법 개정안 등이 마련되면 개인이 아닌 사업자 형태의 프로슈머 전력거래도 가능해진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경기도 수원 솔대마을과 강원도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에서 시작된 '프로슈머 이웃 간 전력거래' 실증사업은 개인 간 거래 활성화의 지표가 될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원 솔대마을은 아파트단지 외곽에 위치한 전원마을로 전체 18가구 가운데 11가구에 태양광이 설치돼 있다. 남는 전력량은 평균 240kWh, 이웃의 평균 전력사용량은 274kWh이며 평균 전기요금은 10만4000원이다. 홍천 친환경타운은 전체 19가구 중 11가구가 태양광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실증사업 마을에서는 향후 프로슈머가 사용 후 남는 전력을 이웃에 판매해 수익을 올리게 된다. 누진제 등으로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꼈던 소비자는 한전 외에 다양한 곳에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요금 감면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 같은 거래를 위해 전용 전기요금 고지서도 발급된다. 이 고지서에는 프로슈머와 이웃 간의 거래량, 거래금액, 거래효과 등이 세부적으로 담긴다. 정부는 이번 실증사업을 토대로 프로슈머 거래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부의 ‘2030 에너지신산업 확산 전략’에 따르면 에너지 프로슈머는 소규모 신재생에너지에서부터 ICT 기술 등을 활용해 개인이 직접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유형의 모든 신산업을 말한다. 

이는 소규모 신재생발전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전기자동차, 저탄소발전, 친환경공정 등에서 다양한 파생 업종이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