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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업 정책?…기업성장 없이 동반성장 없다

2016-03-28 10:31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기업성장 없이 동반성장 없다

필자는 최근 세계 70여 개국에 대해 지난 8년여 동안에 걸쳐 ‘기업의 성장과 동반성장 간의 관계’를 연구할 기회를 가졌다. 결과는 흥미롭게도, 1인당 기업의 평균 자산 규모가 10% 성장하면 대체로 1인당 소득이 6% 성장하고 소득분배를 측정하는 소득지니계수(1과 0 사이의 지수로 낮을수록 소득분배가 개선된다)가 0.1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성장이 포용적인 동반성장을 가져온다는 결과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통념은 대기업 때문에 불평등이 심화되고 중소기업이 더 많아져야 동반성장이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데 이 결과는 정반대이다. 그럼 어떻게, 왜 이런 사실에 안 맞는 잘못된 통념이 형성된 것일까? 답은 경제학이 그동안 기업의 경제발전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를 마르크스로 대표되는 좌파경제학은 현대적 기업을 자본과 노동의 계급투쟁 현장으로 묘사함으로써 자본주의 불평등의 원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이 가져오는 자본주의 성장 역할이 완전히 무시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이 없어져야 평등한 경제가 된다고 기업의 국유화를 통해 공산사회주의 체제를 지향하였으나 북한을 제외하고는 이미 모두 망하였다.

한편 시장 중심의 주류 경제학은 완전경쟁시장을 가정함으로써, 시장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기업이라는 사회적 기술을 경제성장 이론에 통합하는 데 실패하여 기업이 없는 경제학이 되었다. 좌우 어느 경제학도 기업이 없는 경제학이 된 셈이다. 이것이 아마도 오늘날 전 세계가 기업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반기업정책도 불사하는 경제정책의 온상이 된 까닭이며, 나아가 최근 저성장, 양극화에 직면한 원인도 바로 여기에 연유하는 것이다.

기업은 시장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기 위해 인류가 발명한 가장 획기적 사회기술이다. 인류가 거래비용을 내부화할 수 있는 현대식 기업조직을 발명함으로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오늘날의 지식기반경제로 창발할 수 있었다./사진=미디어펜



그럼 진실은 무엇인가? 기업은 위에서 언급한 결과와 같이 역사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동반성장의 원천이다. 역사적으로는 오늘날과 같은 현대식 주식회사 제도는 19세기 산업혁명기에 공식적으로 법제화되면서 농경사회의 대장간 같은 소규모 가족기업을 대체하여 대규모의 자본과 위험 부담 능력을 바탕으로 농경사회의 마차경제를 넘어 자동차, 비행기경제라는 첨단 자본주의경제를 창출하였다. 맬서스적 빈곤의 함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농경사회가 현대적 기업조직을 통해 드디어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는 자본주의경제로 창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대적 기업 없이 자본주의경제 성장 발전은 불가능하였다.

이론적으로도, 기업은 시장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기 위해 인류가 발명한 가장 획기적 사회기술이다. 정보의 불완전성 때문에 높은 거래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었던 농경사회 시장경제는 인류가 거래비용을 내부화할 수 있는 현대식 기업조직을 발명함으로써 산업혁명, 과학·기술·지식혁명을 거치면서 오늘날의 지식기반경제로 창발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경제에서 주식회사 기업제도를 제거하면 모두 농경사회로 역행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을 국유화하면서 사회주의 체제로 이행했던 사회주의 경제권이 몰락한 후 거의 모든 체제 전환국들이 예외 없이 제조업이 붕괴된 농경사회로 역주행했던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카를 마르크스로 대표되는 좌파경제학은 현대적 기업을 자본과 노동의 계급투쟁 현장으로 묘사함으로써 자본주의 불평등의 원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농경사회와 자본주의경제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후자만이 가지는 현대식 주식회사 기업제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본주의경제는 농토 위에서 모두 빈곤에 찌들었던 인류를 대규모 주식회사라는 기업 속으로 옮겨 놓고 기업의 창조적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통해 빈곤에서 구출한 것이다. 기업이 농토를 대체한 사회가 바로 자본주의경제이다.

이제 개인의 성공과 실패가 자신이 속한 기업의 흥망성쇠에 의존하게 되었다. 기업 속에서 상호 시너지 창출을 통해 동반성장을 만들어내는, ‘같아지지는 않지만 모두 성장·발전하는 동반성장 경제체제’가 자본주의경제이다. 그래서 자본주의경제는 기업경제라 함이 마땅하다. 기적의 역사를 쓴 박정희시대 최고의 동반성장도 바로 기업성장을 통한 경제발전 전략의 결과이며, 세계경제를 리드하는 많은 나라가 바로 기업성장이 가장 빠른 나라들임을 잊지 않기 바란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이 글은 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코너에서 볼 수 있습니다.)

[좌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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