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올해 임금 단체협상이 이달부터 시작되면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는 경영계와 노동계가 원하는 임금 수준의 격차가 매우 큰 만큼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경영계는 지속되는 경기불황을 들어 임금 동결과 임금체계 개편을 희망하는데 반해 노동계는 갈수록 나빠지는 노동여건과 고용안정 침해에는 절대 물러설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모습이다.
1일 경제계에 따르면 지난해 1.6% 임금 인상안을 내놓았던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올해 임금을 동결할 것을 회원사에 권고했다. 정년 60세 시행된 올해의 경우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데다, 국내외 악재가 많아 경영여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달부터 올해 임금·단체협상이 본격화하면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정부도 올해 임단협에 적극 개입할 것을 천명하면서 각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경총은 심지어 고정급 기준 초임이 3600만원 이상인 대졸 신입사원은 초임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안까지 내놓았다. 지나치게 높은 대졸 초임을 깎아 이를 신규채용 확대의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총이 지난 2월 공개한 ‘우리나라 대졸 초임 분석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직한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은 상여금을 포함해 평균 4075만원이다. 반면 같은 대졸자라도 영세기업 정규직의 초임은 대기업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기업 신입사원 초임이 너무 높아 중소기업은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학력 인플레와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심각한 경영여건' vs '살림살이 팍팍'
노동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임금을 동결하고 대졸 초임마저 낮추면 갈수록 올라가는 생계비 문제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또 임금피크제로 중장년 임금을 삭감한데 이어 젊은 층 임금까지 깍아버리면 정부가 말하는 근로자 소득기반 확충은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올해 한국노총은 지난해(7.8%)보다 올라간 7.9% 임금인상을 원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월 정액급여 기준 인상 하한선을 23만7000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경영계와의 임금 협상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정부 역시 올해 임단협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동개혁 법안의 국회통과가 야당 반대로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개혁에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특히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을 임단협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반해고는 저성과자 해고를 의미하는데,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정년 60세 연장으로 인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해소해야 신규채용이 늘어나 고용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정년 60세가 적용되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27.2% 정도다. 1인 이상 사업장으로 범위를 넓히면 도입률은 겨우 12.1%에 그친다.
'임단협 끝장보자' 올해도 되풀이?
경영계는 양대 지침의 임단협 반영이 정부의 의지대로 현실화될지 미지수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노사정 대타협의 파탄 원인이 될 정도로 노동계의 반대가 심한 두 지침을 임단협에 반영하려고 하는 것은 자칫 협상 자체를 파탄날 수 있게 한다는 지적이다.
경영계는 다만 기업경쟁력 차원에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개편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계획이다.
경총은 우리나라 300인 이상 기업의 79.7%가 능력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나이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임금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직무·성과급의 도입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기업에서 자의적인 해고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저성과자 해고는 이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이유에서다. 노사가 함께 평가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동등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수용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민노총 관계자는 “올해는 정부의 양대 지침이 노동현장에 적용되는 첫해라는 점에서 현장 투쟁이 격화할 것”이라며 “현장의 공동 투쟁을 중요 과제로 삼고 양대 지침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의 이런 태도에 대해 강행과 반발로 얼룩지는 것이 아닌 상호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대 지침의 경우 확산을 추진하기에 앞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평가시스템 마련 등 적법한 절차가 우선해야 하며, 노동계 역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를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긍정·부정 효과를 따져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