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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절벽 뺨 때리네"…베끼기 꼼수정책 '청년몰'

2016-04-19 07:09 | 백지현 기자 | bevanila@mediapen.com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정부가 발표한 ‘청년몰’ 지원정책을 두고 현장에서는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날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용환경이 불안정한 청년창업은 비정규직 양산을 부채질할 뿐 청년 일자리 해소에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전국 전통시장이나 상점가에 17개의 ‘청년몰’을 선정하고 2년간 1곳당 최대 15억원, 총 25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젊은 층의 유입을 유도해 전통시장의 활기를 불어넣고 동시에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복안이다.

전주 남부시장 6동 2층에 위치한 청년몰은 성공모델로 꼽히면서 정부가 제2의 남부시장 청년몰 육성에 팔을 걷어부친 것이다. 청년몰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버려진 시장 공간에서 장사를 시작하면서 청년몰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문전성시)’의 일환으로 시작된 남부시장 청년몰은  초창기 12개 상점이 문을 열었다. 사업이 마무리된 2013년 이후에도 남부시장 상인회의 노력으로 현재 30여 곳이 둥지를 틀고 있다.

저마다의 개성이 돋보이는 작가공방, 인테리어 소품, 반려견을 위한 상점이 입점한 청년몰이 들어서면서 시장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남부시장 청년몰이 전국에 이름을 알린 데는 시장입지가 한 몫 했다. 인근에 자리한 한옥마을이 관광명소로 뜨면서 청년몰에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시장 내에서 반려동물을 위한 상점을 운영 중인 노한빈(31)씨는 “청년몰이 생기고 시장도 이전보다 활기를 띠게 됐다”면서도 “한옥마을이 인근에 자리해 관광객들이 몰리는 주말에는 사람이 붐비지만 평일에는 다소 한산한 편이다”고 말했다.

남부시장 청년몰은 문체부의 문전성시 사업 일환으로 시작되기는 했지만, 대다수 자비를 들여 장사를 시작한 점주들이다. 관심분야에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지금에서야 결실을 본 이들은 청년몰에 대한 자부심 역시 높았다.

이 곳 젊은 점주들에 정부의 청년 일자리 만들기 일환인 청년창업에 물었더니 부정적인 반응이다.  

청년몰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고용이 불안정한 창업이 결코 청년 실업에 실마리가 될 수 없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구직에 대한 선택지가 없어 ‘생계형’ 창업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자영업은 포화상태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27.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4위로,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들다보니 폐업할 확률도 그만큼 높다.

국내 유명관광 명소로 자리한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대표인 강명지(30)씨는 “불안정한 고용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렵게 되면서 자영업자 수가 대폭 증가했다”며 “고용시장이 안정된다면 굳이 자영업에 뛰어 들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씨 역시 청년몰이 청년들의 일자리 해소에는 돌파구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씨는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이미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장사가 안 돼 문을 닫는 점주들이 넘쳐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불안정한 자영업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해소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새로운 사업을 개발해 육성하지 않고, 성공한 사업에 대해서는 무조건 ‘베끼고 보자’는 식의 정부 태도에도 질타가 쏟아졌다.

강씨는 “‘청년몰’은 이미 상표등록이 돼 있는 상태로 중기청에서 청년몰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상표권 침해다”며 “이러한 고려 없이 잘 되는 사업이 있으면 ‘대충 가져다 써도 되겠지’라는 마인드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매력적인 요소 없이는 대학 스타트업도 영...”

2000년대초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상권으로 손꼽히던 이대거리의 상권이 넘어가면서 다소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청년들의 창업지원 사업은 정부 뿐 아니라 최근 대학에서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화여대가 대표적이다.

학생들이 운영하는 점포에는 따로 간판이 없어 알아보기 쉽지 않았다. 초록색으로 페인트 된 점포들이 학생들이 운영하는 곳이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이화여대는 캠퍼스 울타리 내에서 진행된 기존 창업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스타트업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에 최종 선발된 팀은 모두 6개팀으로, 1년간 임대료와 세무·회계·법률 부분의 컨설팅과 기업가정신 교육과정 등이 지원된다.

2000년대 전반까지 이화여대 상권은 서울의 대표적인 상권으로 꼽혔다. 하지만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기존 상인들이 내쫒기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 최근에는 서울지역 대학 상권 중 최하위 성장률을 기록하는 오점을 남겼다.

이화여대는 이 같은 오점을 지우기 위해 황량해진 정문 옆 골목 내 점포를 직접 임대,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공간을 제공하는 한편 지역 상권을 살려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왼쪽)'이화 스타트업 52번가'로 들어서는 입구. 정문 옆에 세워둔 판넬이 유일한 표식이다.(오른쪽)'이화 스타트업 52번가' 이른 시간 찾은 탓에 다소 한산한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이날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 찾아간 이화 스타트업 52번가는 이른 시간 탓인지 다소 한산했지만, 학생들이 운영 중이 점포에서 들리는 음악소리가 거리에 생기를 더해주고 있었다. 다만, 학생들이 점포가 들어선 이화 스타트업 52번가를 찾을 수 있는 표식이 쉽게 눈에 띄지 않아 찾아가는데 애를 먹었다. 게다가 학생들이 운영하는 점포에는 간판조차 없었다.

기억을 담은 액세서리 ‘HAH’를 운영하고 있는 박혜원(23·섬유예술학과)씨는 “아직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화 스타트업 52번가를 알리고, 상권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유도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창의교육용 키트 ‘아리송’ 관계자는 “밤에 다니기 무서울 정도로 황량한 거리였는데 해당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나선 이곳을 방문하는 학생들로 활기를 찾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주변 상인의 시각은 학생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38)씨는 “2012년도까지는 상권이 활발했지만 임대료가 비싸지면서 명동이나 홍대 등에 상권이 밀리면서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예전만 해도 단체 중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볼거리가 없어 대부분 명동이나 홍대로 넘어가서 쇼핑을 즐긴다”며 “학교에서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그들을 끌어들일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없는 한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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