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신인 예술인을 발굴해 문화산업의 저변확대를 지원해 온 CJ문화재단이 ‘메세나’ 경영 10주년을 맞아 지난 22일 서울 대학로에 ‘CJ아지트 대학로’를 오픈했다./CJ문화재단
평소 문화·예술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여 온 이 회장은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철학아래 문화사업 콘텐츠 개발에 열정을 쏟아왔다. 그러나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이 회장은 이날 개관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대학로 맞은편 서울대병원에서 바라봤을 것이다.
CJ아지트는 신인 예술인들의 자유로운 창작을 지원하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공연장 겸 아티스트들의 작업실이다. 음악·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창작과 공연이 가능한 스튜디오형 공간으로, 지난 2009년 서울 마포구 창전로에 ‘CJ아지트 광흥창’이 처음 문을 열었다.
1·2층으로 설계된 CJ아지트 광흥창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가변형 창작공간으로 마련된 스튜디오가 매력 포인트다. 1층에는 안내데스크와 공연 관람장인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으며, 로비에는 스튜디오 내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42인치 TV를 설치하는 등 관람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였다. 2층은 방문객들의 휴식공간과 분장실, 스튜디오 조명과 음향 등을 조정하는 컨트롤룸으로 구성돼 있다.
CJ문화재단은 2010년부터 음악·공연·영화 분야에서 역량 있는 신인예술인들을 발굴해 CJ아지트 광흥창 무대에서 선보여 왔다. 대표적으로 뮤지컬·연극 부문 신인 공연 창작자를 지원하는 ‘크리에이티브마인즈’ 프로그램을 통해 뮤지컬 ‘풍월주’ ‘여시님이 보고계셔’ 등을 작품화했으며, 일본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2014년 크리에이티브마인즈 지원작인 뮤지컬 ‘아리랑’을 함께 창작한 김가람 작가와 이한밀 작곡가는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창작 뮤지컬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지만 정작 창작 환경이나 시장 상황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며 “더구나 신인들은 작품 개발이나 시장 진입이 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꼬집는다.
이들은 “공연예술 분야를 지원하는 여러 창작자 지원제도가 있지만, 기업재단에서 운영하는 신인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은 크리에이티브마인즈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선정된 후 리딩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통해 작품의 독특한 개성을 살리면서 좀 더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아랑가’를 통해 2014년 ‘아시안 시어터 스쿨스 페스티벌(ATSF)’에서 최우수 작품상, 지난해 ‘서울뮤지컬페스티벌’에서 예그린 앙코르 최우수상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들은 “CJ문화재단은 대한민국 대표 창작 뮤지컬을 발굴하고, 다양한 관객층을 개발해 건강한 공연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신인 창작자를 육성하기 때문에 우리는 체계적인 지원을 받으며 시장 진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밖에 CJ문화재단은 젊은 대중음악인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튠업’을 통해 지난해까지 31팀의 뮤지션을 발굴, 25개의 앨범제작을 지원했다. 신인 영화인들을 발굴하기 위한 ‘프로젝트S’를 통해서도 톡톡한 성과를 냈다. 180만 관객을 동원한 ‘나의 PS 파트너’, ‘마이리틀히어로’, 네이버 웹툰으로 연재중인 ‘2호선 세입자’등이 대표작이다.
CJ문화재단은 지난 2006년 이재현 회장이 이병철 선대 회장의 뜻을 계승해 설립한 재단이다. 1996년 화음쳄버오케스트라 창단 지원을 시작으로 국내 문화예술 지원에 앞장서 온 CJ그룹은 보다 체계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고, 많은 사람이 문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CJ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이 회장은 평소 “젊은 신인 예술인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의 기반을 다지고,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창작콘텐츠가 한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 창작과 나눔을 담는 컬처컨테이너(Culture Container)’를 표방해 이번에 문을 연 ‘CJ아지트 대학로’는 연극과 뮤지컬 창작과 공연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최대 200여명이 관람할 수 있다.
특히, 가로11m, 세로9.8m, 높이 4.9m에 이르는 무대공간은 작품 성격에 따라 가변형 또는 프로시니엄(무대와 객석을 구분하는 액자모양의 전형적인 극장구조)으로 변형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창작자의 자유로운 연출에 힘을 실었다. 특히 소규모 극단과 제작사들을 위한 공간 지원 등 공연업계의 건강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CJ문화재단 관계자는 “CJ아지트 광흥창이 창작자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온 데 이어, 재단 설립 10주년을 기념해 연극예술의 산실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대학로에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또 하나의 아지트 오픈을 기획했다”며 “기존 CJ아지트 광흥창은 음악 전용 공연장 겸 창작 스튜디오로 리뉴얼해 활용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