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4년 전 자료에 따라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이 원료의 유독성을 알고도 제품을 판매한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8월 제출한 '옥시레킷벤키저의 부당한 표시행위'에 대한 의결서를 통해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유해물질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결과 옥시는 PHMG를 먹거나 흡입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적힌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결서에서 공정위는 "피심인 회사(옥시)가 제품 원료에 대한 MSDS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원료 공급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옥시에 MSDS 등 원료 정보가 이미 제공됐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공정위 관계자는 ▲PHMG 제조업체인 SK케미칼 ▲원료 도매상 ▲가습기 살균제 제조를 위탁 제조한 한빛화학 ▲옥시 순서로 단계마다 MSDS가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MSDS에 '마시거나 흡입하지 말라'는 기록이 있는데, 옥시가 이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며 "실제로 옥시가 MSDS 자료를 갖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고 답했다.
공정위는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면서 제품 용기에 안전하다고 허위 표시를 한 옥시 등에 2012년 7월 과징금 52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했으나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4년이 지난 뒤였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에 대한 공식 발표가 지난해 8월에야 나왔기 때문에 그 이전에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검찰이 왜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 관계자를 처벌했다면 논란이 이토록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