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수익성이 나아지는 상황에서도 제품영역을 확대하거나 전략시장 공략에 나서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저유가로 원료비 부담은 감소한데 반해 제품 가격은 높아지면서 호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국내외 시장의 불확실성 역시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대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석유화학업계의 수익성 개선세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 457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26.5% 늘었다. 롯데케미칼은 166.1% 증가한 473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이 1분기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844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기존 석유사업이 탄탄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화학사업(2243억원)이 든든한 도우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은 재계를 대표하는 SK와 LG, 롯데그룹의 주축 계열사 역할을 확고히 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향후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 또한 커지면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나타난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개선은 기본적으로 유가 하락 덕분이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원료인 나프타 등의 가격도 동반 하락했지만 이를 토대로 만든 제품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석유화학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문제는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본격 상승할 조짐을 보이면서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스프레드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 석유화학 제품 시장인 중국의 자급률 상승, 중국과 인도 등 경쟁국의 저가원료 기반 생산시설 가동 확대 등의 위협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이미 중국 자급률 상승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진 테레프탈산(TPA)의 경우 국내에서 자발적 생산설비 감축이 진행되고 있다. 폴리염화비닐(PVC), 비스페놀-A(BPA), 합성고무 등도 공급 초과 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가동을 멈췄던 미국 셰일오일 광구 가동이 재개되고 있어 나프타분해설비(NCC) 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에탄분해설비(ECC) 기반 제품이 시장에 풀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석탄으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중국의 석탄설비(CTO)에다가 인도의 에틸렌 생산시설들도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가면 에틸렌 스프레드는 갈수록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충북 청주공장을 방문, 수처리 필터 생산현장을 점검을 한 LG화학 박진수 부회장(왼쪽 두번째) / LG화학
이에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은 중장기 생존전략을 세우고 적극적이 행보에 나섰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등 국내 주요기업은 기존 에틸렌을 기반으로 한 범용제품에 치중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LG화학은 지난 2014년 미국 NanoH2O(나노에이치투오)사를 인수하면서 수처리필터 사업에 진출한데 이어 최근 동부팜한농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그린 바이오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종합화학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 아래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에틸렌 비중이 가장 높은 롯데케미칼은 삼성정밀화학과 SDI케미칼 등 삼성그룹 화학사 인수로 고부가 합성수지(ABS) 등의 사업에 진출하면서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SK종합화학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이저 석유화학기업인 사빅과 제휴, 고부가 폴리에틸렌인 넥슬렌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중국 등 전략 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과 현지 합작회사인 중한석화를 설립, 국내 석유화학 기업 중 유일하게 중국 현지에 NCC를 보유하게 됐다. 나아가 중국 시장에 뿌리내리기 위해 파트너십을 확대하거나 인수합병(M&A)를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고부가제품 시장 진출에 이어 원료 경쟁력 확보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가스전 화학단지, 일명 수르길 프로젝트를 완공했고 미국에서도 엑시올사와 손잡고 셰일가스 기반의 ECC를 건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저유가로 적자를 기록했던 2014년 이후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가 체질 개선을 통해 전반적인 제조업 부진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며 “지난해 견조한 정제마진으로 정유사업이 강세였다면 올해는 화학사업마저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업계는 기존 에틸렌 중심의 범용 제품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만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영역을 확대하거나 중국 등 전략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등 저마다의 생존 전략을 추진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