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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진퇴양난'…연내도입 '첩첩산중'

2016-05-17 07:00 |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진통을 겪고있다. '개인평가'에 기초한 성과연봉제가 과연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금융노조의 완강한 반대와 국회의 비협조라는 큰 산이 가로막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13일 기업은행 사내 인트라넷에는 눈길을 끄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금융권 최고의 화두인 성과연봉제에 대한 윤곽이 드러난 '개인평가제도 설계안'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인사부 명의로 발표된 이 문서는 기업은행이 금융공공기관 최초로 성과연봉제를 본격 추진한다는 의미로 해석돼 큰 화제가 됐다. 기업은행은 성과주의 도입에 대한 세부내용을 컨설팅회사 머서코리아에 의뢰해 이번 설계안을 확정 지었다.

서울 을지로 소재 기업은행 본점 로비에 "성과연봉제, 쉬운 해고 '투쟁'으로 '박살'내자"는 강경 구호가 담긴 현수막이 내걸린 모습 /미디어펜



기업은행이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인 설계안의 골자는 두 가지다. 과장‧차장급 비간부직에 대해서도 개인평가를 실시한다는 것과 평가방식을 기존의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꾼다는 내용이다. 기업은행은 부장급 간부직에 대해서는 성과연봉제를 이미 도입한 상태다. 

산업은행 또한 성과주의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주의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하며 '분위기 파악'에 나선 것이다. 이르면 이달 안에 도입안이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대두된다.

성과주의에 대한 각 은행 내부의 반응은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이 좀 더 나와봐야 알겠지만 금융당국이 위에서 명령을 하달하는 식으로 '도입을 위한 도입'이라는 느낌이 있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금융권 성과주의가 금융당국발(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금융위원회 임종룡 위원장은 2016년 금융개혁 1순위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일찌감치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이 '1차 도입 대상'이 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들 기관에 성과주의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느냐에 따라 성과연봉제가 민간 금융회사에도 적용될 것인지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국책은행 노조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기업은행 본점 로비에는 성과주의에 반대하는 노조의 현수막이 내걸려 강경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노사 간의 협상 또한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성과주의에 반대하는 이유로 '쉬운 해고'를 꼽는다. 성과연봉제가 해고를 위한 명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노조의 뜻에 동의한다고 밝힌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평가를 도입한다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하면서 "각 지점마다, 또 부서마다 상황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개인평가를 하겠다는 건 마치 각자 난이도가 다른 문제를 풀게 해놓고 숫자(점수)만 비교하겠다는 말과도 같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금융노조가 발표한 성명서에도 이와 같은 우려가 드러나 있다. 지난 9일 금융노조는 "국책은행의 성과주의 확대 도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골자로 성명서를 발표해 "관치금융과 결합한 성과주의가 어떻게 전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는지 최근 구조조정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성과주의 카드를 가장 먼저 꺼내든 기업은행의 작년 실적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한 노조 한 관계자는 "시장 내부의 자체적인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국의 입김에 의해 도입되는 성과주의에 과연 어떤 진실성과 타당성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성과주의 도입에 우려감을 표명했다. 현재 노조는 '9월 총파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의 입장은 여전히 굳건해 보인다. 특히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회만 되면 공개석상에서 성과주의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임 위원장은 지난 10일에는 '성과주의 도입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전제"라고 말해 성과주의 이슈를 또 다른 현안인 구조조정 이슈와 연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임 위원장의 '의욕'이 성과주의 도입이라는 '결과'로 확산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성과주의에 찬성했던 새누리당은 20대 국회에서 제1당 지위를 빼앗겼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성과주의에 반대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노사 간의 합의도 쉽지 않지만 그 이상으로 '여야 간 합의' 또한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에 따라 '2016년 금융개혁 과제 1호'로 꼽혔던 성과주의가 정작 연내 도입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평가방식과 평가기준의 면밀한 구성, 노사간 합의, 국회 통과 등 '성과주의 도입'이라는 목표 앞에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전제조건들이 산적해 있는 셈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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