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9-4 승강장 앞에 멈춰 서 있는 노동개혁
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만 19살 김군.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 일을 하던 이 청년은 근무도중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 안정 규정상 2명이 함께 있어야 했지만 그곳에는 김군 혼자였고 열차가 들어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유품으로 가족들에게 전달 된 가방 하나. 그 안에는 공구들과 함께 뜯지 않은 컵라면과 은색 숟가락이 들어있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치열했던 삶의 현장을 감히 짐작해볼 뿐이다. ‘끼니도 못 챙길 만큼 바빴는지’, ‘2인 1조라는 규정이 있었지만 왜 꼭 혼자 갔어야 했는지’ 묻고 싶지만 그는 이미 말이 없다.
김군은 입사한지 5개월 된 비정규직 비숙련공이었다. 우리는 김군의 소속사 은성PSD, 그리고 서울메트로와의 관계와 그 속사정을 온전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용역 계약서에는 서울메트로에서 일한 전직자들의 ‘고용승계’와 명확한 ‘급여액수’까지 명시되어 있었다. 하물며 이들에게는 관련 보유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했다.
일명 메피아, 서울메트로의 낙하산 인사다. 서울메트로는 은성PSD에 용역을 주는 조건으로 ‘메트로 전적자 38명을 고용승계하라’고 한 것이다. 용역 회사는 이 낙하산들에게 월 400이 넘는 급여를 주느라 정작 필요한 기술 인력을 채용하지 못했고 2인 1조 근무 원칙마저 지키지 못했다. 스크린도어 수리 인력으로 책정된 125명 중 87명이 도맡다시피 했다. 김군은 컵라면 한 끼 먹을 여유도 없이 수리를 하다 변을 당했다. 이 와중에 “1명이 정비를 나가도 2명이 나간 것처럼 허위로 기록했다”는 진술까지 나왔다.
16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구의역 사고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안전업무 직영전환 및 메피아 퇴출을 골자로 한 후속대책이었다./사진=미디어펜
지하철 수리 용역업체 내에서도 낙하산과 비낙하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나누어져 있었다. 근무한지 5개월 밖에 안 된 비정규직에 비숙련공 김군은 이미 짜인 근무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의 원인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확실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의역 사고 후속대책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서울메트로를 비롯해 관련 담당자들에 대한 조사와 문책이 필요하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 비정규직 수리공들의 생명이 걸린 안전은 메피아 등 서울메트로 노조원들의 이익보다 절대 우선할 수 없다. 안전환경과 각종 여건을 감안해, 실현가능한 구의역 사고 후속대책이 조치되어야 한다.
마음으로 추모하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남은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필자가 다녀온 구의역 9-4 승강장 앞에는 국화꽃과 포스트잇으로 표현된 추모 열기로 가득했다. 모르고 지나치다 잠시 걸음을 멈춘 사람들, 일부러 즉석 밥과 3분 요리를 사온 사람들, 김군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 훌쩍이며 묵념 하는 사람들, 취재하기 위해 온 기자들, 우두커니 서 있던 역무원들까지. 한편 언제 그랬냐는 듯 2호선 지하철은 일상과 다름없이 지나가고, 김군이 수리하려 했던 9-4 스크린도어는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구의역 사고 후속대책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서울메트로를 비롯해 관련 담당자들에 대한 조사와 문책이 필요하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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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