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반대는 시장실패와 공공재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시장실패를 교정하고 공공재를 공급하는 정부 역할을 강조한 입장이다. 그런데 시장실패는 시장(기업)이 수요자들에게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공공재라면 이에 대해 민간이 공급하고 있지 않거나 공급할 인센티브가 전무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전기 가스 시장은 정부의 독과점으로 구축되어 민간업자들이 진입할 수 없는 영역으로 되어 있다. 민간이 생산할 수 있는 것을 정부가 가로채어 기업의 창의성과 에너지 경제를 망치고 있다. 시장을 육성해야 할 정부가 지속적으로 독과점을 유지하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전기·가스·수도는 공공재도 아니다. 전기든 가스든 수도든 수익자 부담 원칙이어야 한다. 세금 보조로 한국전력 및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의 지속적인 적자를 충당하면서, 저가로 전기·가스·수도를 이용하고자 하는 자들은 남의 돈(세금)으로 자신이 수혜를 입겠다는 거지 근성이나 다를 바 없다.
박근혜 정부가 이번에 밝혔듯이 한국전력(한전)이 판매부문의 독점을 스스로 깨고 민간사업자들의 진입을 허용한다면, 경쟁이 일어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공기업과 민간이 어우러져 경쟁이 일어나는데 가격이 올라갈까. 담합은 부질없는 짓이다. 공정거래위원회나 법원, 하다못해 담합에 끼지 못한 경쟁기업이 가만히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한국전력 민영화, 전기 가스 민영화를 운운하는 것은 선동이다. 공기업의 독과점을 깨고 민간기업과 경쟁을 시키는 효율화다./사진=연합뉴스
일본은 과거 고이즈미 정권에서 전기 가스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을 민영화했으나 도쿄전력과 간사이전력, 고베전력처럼 거점 지역별 에너지 기업이 전기를 공급해왔다. 전기 판매부문은 독과점체제였다. 그런데 올해부터 일반 기업도 기존 도쿄전력과 같은 독과점 기업으로부터 전기를 사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는 전력 민영화가 시작된 셈이다.
도쿄가스 및 엔이오스와 같은 가스회사부터 도큐(물류기업), 소프트뱅크와 AU(모바일IT기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업이 뛰어들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기존 독과점 체제에서는 얼마 되지 않는 옵션에 사용량만을 가지고 전기를 판매했지만 이제는 각 가정과 세대에 맞는 맞춤형 전력상품이 기업 별로 활발하게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가구 당 5000엔 가량의 전기료 절감효과가 있다고 한다.
국영회사를 민영화 하면 무조건 가격이 오르고 서민이 팍팍해진다? 전형적인 선동이다. 공기업의 독과점을 깨고 민간기업과 경쟁을 시키는 효율화다. 정부 재정은 언제나 넉넉지 않다. 민영화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국가가 지금까지 운영해 온 분야를 민간기업들에게 개방, 위탁하자는 것이다. 정부의 금전적 책임이 없어져 세금을 들일 이유가 없어진다. 정부는 민간끼리의 활발한 경쟁에 담합 등 불공정 행위가 일어나는지 여부를 감시하는 것으로 족하다.
관료들의 지대추구가 일어나는 영역, 정부가 관장하는 금전적 책임의 영역을 줄여나가야 한다. 어느 분야든 정부가 직접 운영해 흑자를 내면서 품질이 좋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한전 민영화, 전기 가스 민영화라는 선동은 그만하자. 그토록 민간 기업을 믿지 못하고 정부를 믿겠다면 그냥 정부의 노예로 살라.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김규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