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의 성폭행 혐의와 무고죄 맞고소, 배우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의 불륜. 지난 일주일 간 세간에 떠들썩했던 사건이다. 의아한 것은 몇몇 언론에서 “온 국민이 알아야 할 뉴스들이 이로 인해 뒷전으로 밀려났다”며 잊지 말자는 뉴스를 알리고, 일부 SNS 유저들이 이를 공유하고 전파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노컷뉴스는 카드뉴스를 통해 ‘박유천에 숨은 6대 의혹’이라며 ‘옥시 前대표 영장기각’, ‘박근혜 정부의 전기 가스 단계적 민영화 발표’, ‘방사청 혈세 1000억 원 손실’ 등의 자극적인 소식을 전했다.
딱하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선동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 집에서 배달되는 신문이나 보고 라디오에 귀 기울이며 뉴스를 접하는 시대가 아니다. 뉴스의 홍수 시대다. 모든 사람이 클릭 한번이면 자기가 보고 싶은 뉴스를 취사선택 하는 시대다.
정부가 박유천·김민희·홍상수 등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는 뉴스로 다른 사건을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시대착오다. 실체없는 의혹을 침소봉대해 까발리는 것 자체가 선동이다. 독자를, 국민을 얕보는 전형적인 자기우월주의에 빠진 행태다.
아직도 선거철이면 북풍으로 민심을 흔들 수 있는 그런 현실인가? 정부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여론의 눈을 돌리기 위해,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폭로해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국민을 외눈박이 바보쯤으로 아는가. 독자들이 언론을 비판하고 뉴스의 초점이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시대다.
국민들은 어느 소식이든 검색만 하면 박유천, 김민희, 홍상수 못지않게 소상히 알 수 있다.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알리고 싶지 않는 사건을 막았던 '알 권리' 운운 시대는 한참 지났다. 알 권리 운운하기전에 언론들은 알리고 싶은 이야기를 충실히 전하면 된다. 없는 의혹을 부풀려 괜한 음모론으로 트집잡을 일이 아니다. 뉴스 선택의 몫은 결국 뉴스를 소비하는 소비자다.
자신들의 주장만 옳고 남들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언론의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객관적이고 사실에 기인한 비판과 주장은 어느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독자든 국민이든 곧이 곧대로가 아닌 자신의 그릇에 맡게끔 받아들인다. 돌이켜 보자. 박유천·김민희·홍상수 사건을 일으켜 덮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전남 신안군에서 공무원이 친구 딸을 2년 가까이 성폭행했다.”
“음란사이트 소라넷을 폐쇄했더니 이와 유사한 ‘짝퉁’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영교 더민주 의원, 딸 인턴 채용과 친동생 비서관 채용 뒤늦게 드러나…”
“구속된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 김대중 3남인 김홍걸씨와 1억 대 금전거래.”
(필자가 편향된 입장에서 선별한) 어제 묻힌 기사들이다. 이 기사들이 과연 의혹으로 음모론으로까지 덮어야 할 기사였나?
연예인 음모론은 끝나지 않는 선동이다. 언론이라는 완장을 악용해 독자와 국민들을 우롱하고 부추기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박유천이든 김민희 홍상수든 개인 사생활이나 치부를 지나치게 확대 재생산해는 언론도 문제지만 이를 무슨 음모와 의혹으로 과대포장하는 것은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나 다름없다. 그냥 싫으면 싫다고 하는 것이 진정성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도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품격이 있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사진=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스틸컷.
[김규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