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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채팅 "여기서 이러시면 형사처벌 받습니다"

2016-06-27 17:5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김성호 순경 인천서부경찰서 석남지구대

최근 서울의 K대학교에서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1년여 동안 다수의 여학생들을 상대로 한 언어 성폭력이 일어났다. 대화에 가담하지 않은 한 학생이 회의감을 느끼고 피해자 중 한 명에게 카카오톡으로 문제의 내용을 전송하며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2013년에도 S대학교에 남학생들에 의해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그 중 대학으로부터 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남학생 A가 "남학생들만의 제한된 공간에서 대화했고, 피해자들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들도 옆에서 이를 목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A 등 남학생들의 행동은 모욕죄가 될 수 있다"며 A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채팅방이 남학생만으로 구성됐다고 하더라도 성적 농담을 하는 남학생들 의견에 침묵하거나 동조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어 언제든 외부로 유출될 위험성이 있었다"며 "실제 일부 남학생들에 의해 채팅방 내용이 외부로 알려진 것으로 보여, 내밀한 대화라고 보기 어렵다"며 판결이유를 밝혔다.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허위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한 죄를 말한다. 또한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형법상 모욕죄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법률들의 공통점은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한다는 점이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타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아야 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실제로 만나 한 험담 내용이 퍼져, 당사자의 귀에 들어가더라도 증거를 찾기 힘들어 모욕죄가 성립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나눈 대화는 기록으로 남을 수 있고, 쉽게 다른 곳에 전달할 수 있는 만큼 공연성이 인정되기 오히려 쉬워진다.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 비판은 할 수 있어도 비난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생각한다. 서로 비난하지 않고 험담하지 않는 건전한 사회가 만들어져 안타까운 뉴스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바래본다. /김성호 순경 인천서부경찰서 석남지구대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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