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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하반기 공채 '안갯속'…취준생은 '한숨속'

2016-07-06 14:03 |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길은 정해졌는데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고 생각하니까 막막하죠."

은행권 취업을 목표로 2년째 준비 중인 최 모씨(29)는 "올 한 해 마음 편한 순간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과연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구조조정 이슈는 날로 심각해져만 가는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까지 터지면서 거시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그 어떤 전문가들보다도 경제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이다.

그나마 하반기 공채가 희망이지만 은행들이 신규 채용에 워낙 소극적이라 취준생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알파고 시대'를 앞둔 은행업의 미래가 반영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중에서 유일하게 상반기 공채를 진행했던 신한은행을 포함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현재까지 하반기 공채 의사를 밝혔다. 다른 은행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취준생들의 시름이 깊어가는 가운데 은행들의 소극적 공채는 시대상이 반영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펜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에서 유일하게 상반기 공채를 진행했던 신한은행을 포함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현재까지 하반기 공채 계획을 발표했다. 다른 은행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현재 상황에서 하반기 취업문을 가장 넓게 연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을 300명 선으로 잡았다. 인재상은 소통(Communication), 협업(Cooperation), 창의적 사고(Creativity)다. 국민은행은 작년에는 상‧하반기에 걸쳐 420명을 공채로 뽑았다. 올해 상반기 공채를 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하반기 공채 300명은 작년 대비 40%나 채용문이 좁아진 셈이다. 

상반기에 대졸 공채 100명을 뽑은 신한은행은 하반기에 240명 내외의 신입사원을 뽑을 계획을 세웠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재상에 대해 "'노력하는 성장형 인재'를 지향하며 나이‧어학시험 성적‧자격증 등의 소위 '스펙' 대신 다양한 경험과 창의성을 가진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200명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인재상은 '최고의 금융전문가'지만 자기소개서나 면접 시에는 인성(人性)이 주된 채점 기준이 된다. 작년 면접에서는 '우리은행이 하고 있는 핀테크 금융서비스를 알고 있는가?'라는 문제가 나와 업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기타 은행들은 채용 계획의 윤곽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경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의한 충당금 여파로 농협금융 자회사 홍보‧교육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거센 인력 재배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신입공채 여력이 많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농협은행은 현재 내부적으로는 신입 공채를 진행하되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작년 9월 시행된 하나은행-외환은행 합병 이후 조직융합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전산통합을 마무리한 KEB하나은행은 비슷한 시기 옛 하나은행-외환은행 직원들 1300여 명을 교차발령 내기도 했다. 두 조직의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 내부적 융합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하반기 공채 여부와 규모 어느 것도 결정짓지 못했다.

작년에 200명을 뽑았던 기업은행은 하반기 공채를 예정하고는 있으나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기업 구조조정 이후 쇄신안에 따라 인력을 5%~10% 감원해야 하는 입장이라 신규 채용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크다.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채용은 진행될 예정이지만 규모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은행들이 신규 채용에 소극적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브렉시트 등 외부 불확실성 강화 등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도 있다. 더 이상 '사람이 필요 없는 은행'으로 시대정신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인사담당자는 "이세돌과 알파고 열풍 이후 대다수 매체에서 '인공지능이 대체할 직업 1순위'로 꼽은 게 은행원"이라며 "상반기 은행업과 관련된 상당수 세미나에서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의 '은행이 죽는 날'이 인용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토마스 프레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한 핀테크 산업의 출현으로 인해 금융산업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굳이 브렉시트나 저금리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은행권 취업의 문이 갈수록 좁아지리라는 점은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권 채용 저조는 일종의 구조적 문제"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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