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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보다 '음모' 선동 …혈세만 먹은 세월호 특조위

2016-07-07 08:38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가 지난 6월30일부로 활동기간이 종료되었다. 여야는 특조위 활동종료 당일까지도 특조위 활동기한 연장 여부를 놓고 대립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특조위는 당일 오전 '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야3당과 세월호 유가족 등 관계자들은 세월호 인양 지연을 이유로 들며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한 연장을 주장해 왔지만 정부와 여당은 특별법 규정을 들어 연장 주장에 맞서왔다.

세월호 특조위는 출범 당시 17명의 위원 중 변호사 12명, 로스쿨 교수 2명 등 주로 법조계 인사 위주로 구성되었으며 그 중 유가족이 추천한 3명 중 2명은 각각 민변 회장과 부회장을 지낸 사람이다. 이석태 위원장이 민변 회장 출신이다.

야당이 추천한 5명 중 2명도 각각 민변 부회장과 사무차장을 지냈던 사람이다. 이런 인적 구조 하에서 위원장을 위시한 야권 위원들이 특조위 조사 대상에 청와대와 대통령을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이에 반발한 여당 추천위원들이 일괄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내홍(內訌) 속에서 세월호 특조위는 활동기간 중 총 231개 항목에 대해 조사하겠다며 대통령의 사고 당일 행적과 미국 군사위성의 세월호 촬영 여부 등까지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활동종료일까지 나온 보고서는 '침몰 당시 세월호에 실린 철근은 검찰·경찰이 발표했던 286톤이 아니라 410톤이며 이 중 278톤은 제주해군기지로 운반될 예정이었다'는 내용 한 건뿐이었다고 한다. 세월호 침몰 원인 중 하나를 제주해군기지 건설 때문이라고 몰아갈 의도가 아니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4월 29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정부 합동분향소를 방문, 조문한 뒤 유족으로 보이는 한 조문객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특조위는 국민의 찬반 갈등이 극심한 와중에 2014년 11월 7일 여야의 정치적 담합으로 통과된 '세월호 특별법'(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발족된 한시적 중앙행정기관이다. 특조위의 활동기간은 세월호 특별법 제7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해야 하되 불가피한 경우 6개월 이내에서 한 차례만 연장이 가능하다.

또한 동 법안 부칙 제1조(이 법은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와 제3조(이 법에 따라 최초로 임명된 위원회 위원의 임기는 이 법의 시행일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본다)에 따르면 '최초로 임명된 위원회 위원의 임기는 이 법의 시행일인 2015년 1월 1일부터 시작된다'고 해석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세월호 특조위 위원들은 관련 예산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작년 8월 4일부터 1년 6개월이 되는 내년 2월 3일까지를 임기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도 막상 자신들이 급여는 작년 1~7월분 월급까지 소급해서 받아갔다고 한다. 그렇다면 위원들 스스로 작년 1월부터 활동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활동기한 종료를 앞두고 이탈리아 콩코르디아호 사고, 일본 아리아케호 사고, 미국 9·11 참사 등을 현지 조사하며 6개월 더 일하겠으니 올 하반기 예산으로 104억 원을 더 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청구했다고 하니 후안무치의 극치라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세월호 인양에 대한 많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결정한 것은 선실 속에 남아있을 수 있는 시신의 수습을 우선으로 하여 전문가들에 의한 기술적 조사와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을 분명하게 밝히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4월 세월호 인양 목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야3당이 인양될 세월호의 선체 조사도 세월호 특조위가 맡아야 한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세월호 특조위 설치 근거법인 세월호 특별법 제6조(위원회의 구성 등)에는 위원 자격을 법조인 외에도 해양·선박 관련 분야, 정치·행정·법 관련 분야, 언론 관련 분야, 사회복지 관련 분야 등의 전문가, 정신과 전문의 또는 법의학 전문가, 재해·재난관리 및 안전관리 관련 분야 또는 긴급구조 관련 분야 전문가, 교육계·언론계 또는 문화예술계의 전문가들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민변 출신 법조인들이 주축인 세월호 특조위의 지난 1년반 동안의 행적을 돌아보면 이런 조직에게 세월호의 선체 조사를 맡겨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동의하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일부 언론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법 해석을 놓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거나, "특조위는 7월부터 사무실 임차료는 물론 조사관들의 월급, 조사활동비 등을 지급할 수 없게 됐다"는 등 정부를 비난하며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듯한 보도를 하고 있다.

이런 부류의 언론들은 "진실은 아직도 물 속에 있는데…정부, 세월호 특조위 활동지원 종료"라는 등 '진실'을 거론하면서 선동적인 기사를 쓰거나 1년반 동안 151억 원을 써가며 단 한 건의 조사보고서를 낸 특조위에 대해서는 "그동안 검찰 수사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제주해군기지로 가는 철근의 존재 등을 밝혔다"는 식의 옹색한 옹호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더민주당 원내대표가 여당에 대해 "반드시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으름장을 놓더니,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6월 30일 밤 SNS 방송 '원순씨의 X파일'을 통해 특조위 조사활동 종료에 대해 "진실에 유효기한은 없다…활동기간 연장이 꼭 필요하다"며 "국민이 이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유가족의 원망과 한이 풀릴 때까지 진실을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러니 특조위 활동기한을 대선이 있는 내년까지 끌고 가겠다는 정치적 꼼수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박원순 시장이 말하는 '진실'이 무엇일까?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Truth prevails!)'라는 말이 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도 있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좋은 취지의 말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사적 견해나 주장을 보편적인 진리나 진실인 것처럼 착각하기도 하고, 진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거짓이나 얼렁뚱땅 논리로 사람들을 선동하기 위해 진실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즉, 어떤 사안에 있어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일반 대중을 현혹시켜 선동하는데 종종 '진실'이란 말이 인용되는 것이다.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텐트' 시위가 아니더라도 만일 세월호 사고에 숨겨진 '진실'이 있다면 이는 반드시 밝혀져야 하며 당연히 밝혀질 것이다.

세월호 특조위가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사회 건설과 관련된 제도를 개선하며 피해자 지원대책을 점검하는 업무"를 수행한다며 결국 발족하게 되자 많은 국민들은 차라리 항공기, 철도, 차량, 선박 등 수많은 대중교통수단의 사고들 중 유독 세월호 사고만이 특별법과 특조위를 만들고 대통령을 직접 비난의 대상으로 몰아세울 만큼의 숨겨진 '진실'이 있는지가 밝혀지길 바랐을 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세월호 사고 원인과 관련하여 과연 어떤 '음모'가 은폐되어 있다는 것인지, 세월호 선체 속에 어떤 엄청난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그러나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기한을 6개월 연장한다 한들 구전문사(求田問舍)의 조직으로 이런 '음모'와 '진실'을 밝혀낼 수 있겠는가?

세월호 특조위는 활동기간 연장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특조위 설치 목적인 "사고 진상 규명과 안전사회 건설과 관련된 제도 개선"을 위해 지난 1년반 동안 150여억 원의 혈세를 써가며 한 일이 무엇인지 반성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향후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온 국민이 주시해야 할 것이다.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이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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