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음으로 고성능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세계 최초로 폴리케톤을 상용화하는 등 세계시장에서 최고를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효성.
효성은 지난해 세계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매출 12조4585억원, 영업이익 950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으며 올해 1분기에도 222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플라스틱 산업 박람회 ‘차이나플라스(Chinaplas) 2016’에 마련된 효성 전시부스 모습. /효성그룹 제공
이같은 배경에는 엔지니어 출신 경영인인 조석래 회장의 원천기술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와 끊임없는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특히 조 회장의 기술경영은 효성이 IMF 외환위기, 중국시장 성장으로 인한 공급과잉 문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성공적으로 극복하며 세계적 선도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공학도 출신인 조 회장은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절감하며 ‘산업을 중심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산업입국(産業立國)의 창업이념에 ‘기술로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철학을 더해 기술 중심의 경영활동을 펼쳐왔다.
효성의 지속적인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스판덱스는 조 회장의 기술에 대한 집념의 결과물이자 외환위기 이후 세계적 기업으로의 눈에 띄는 성장을 이끈 견인차로 회자된다.
효성은 1989년 조 회장의 주문으로 고부가가치를 지닐 것으로 예상되는 기능성 섬유, 스판덱스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1990년대 초 국내 최초 독자기술로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했고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수익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사내에서는 수익성이 저조하고 사양산업으로 치닫던 스판덱스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조 회장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공급망을 확대하면서, 품질 개선에 힘쓰고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해 고객중심의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1990년대 후반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10년 마침내 세계 1위 업체로 도약, 현재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이어오고 있다.
효성의 타이어코드 역시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로 타이어코드 세계 시장점유율 45%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1위 제품으로 성장했다.
1968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 타이어코드 생산, 1978년 국내 최초 독자기술로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생산한 효성은 현재 나일론, 폴리에스터, 아라미드, 라이오셀 등 다양한 소재의 섬유 타이어코드와 스틸 코드, 비드와이어 등을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종합 타이어보강재 메이커로 산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국내 화학섬유업계는 2005년부터 위기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시 우리나라 공장의 10%에 불과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 공장들의 범람으로 공급과잉 문제가 발생했고,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하며 한국 섬유업체들은 경쟁력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스판덱스를 독자적인 기술로 생산할 수 있었던 효성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좋은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조 회장은 그동안 중국 업체들과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 중국을 뛰어넘는 고품질의 제품,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기술력 확보를 우선했다.
또한 모두가 사업을 중단하거나 철수하는 가운데 효성은 오히려 투자를 늘려 생산 시설을 확대해 나갔다.
최근 흑자로 전환한 중공업부문 역시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자체 개발한 중전기기를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한 대표적 사례다.
효성은 1969년 국내 최초로 154kV 초고압변압기를 개발을 시작으로 1992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6번째로 765kV급 초고압변압기를, 1999년에는 800kV급 가스절연 개폐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하며 자체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07년에는 순수 독자기술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극초고압 차단기인 1100kV GIS개발에 성공하는 등 국내 초고압 전력설비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고객맞춤형 차별화 기술 영향, 금융위기 속 견고한 성장
조 회장은 임원들에게 “글로벌 현장에 직접 나가 시장의 현황과 고객의 니즈를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할 것”을 지속적으로 주문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들이 요구하는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끊임없이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동시에 해외 생산현장에는 해외고객들이 전세계 어디에서나 국내 공장과 동일한 수준의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을 정도의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도록 강조해 안정적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15년 이상 안정적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타이어코드의 경우 단순히 품질과 기술이 뛰어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고객별로 특화된 타이어 개발 지원 및 R&D 방향을 제안하는 파트너 관계로 유지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해왔다.
R&D 부서 및 생산 부서와 고객의 니즈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여 고객이 원하는 제품,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을 맞춤형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타이어의 트렌드 경량화, 고성능화, 친환경 등에 적합한 제품을 고객사에 먼저 제안해 적용시키는 방법으로 꾸준히 성장을 이끌어왔다.
조 회장의 기술 중심 경영과 지속적인 투자는 효성이 미래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주력하고 있는 최첨단 신소재 탄소섬유와 폴리케톤의 개발로 이어졌다.
조 회장이 2000년대 초반 탄소섬유의 미래 가치 및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2006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한 효성은 개발 최단기간만인 2011년 국내 기업 최초로 고성능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했다.
2013년 전주 친환경복합산업단지에 연산 2,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건립하고 상업화 생산 중이다. 이와 함께 ‘세상에 없던 소재를 만들라’는 조 회장의 지시로 2004년부터 폴리케톤 개발에 착수, 개발 10년만인 2013년 세계 최초로 기존 나일론 등 화학 소재 대비 내마모성 등 모든 측면의 물성이 뛰어난 폴리케톤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했다.
폴리케톤은 2010년부터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세계 10대 일류소재기술 사업 국책과제로도 선정돼 연구지원을 받은 것은 물론 국가 차원의 미래 신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조석래 회장의 기술에 대한 집념과 철학을 이어받은 조현준 사장은 “효성의 미래는 결국 남들과 차별화된 기술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강조해왔다.
이에 신소재 부문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폴리케톤과 탄소섬유의 성공적인 수익 창출과 자리매김까지 기술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기존 핵심 기술 외에도 IT사업에 대한 전문가적 지식과 글로벌한 경영 감각을 바탕으로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핀테크 분야 등 정보통신 쪽의 신성장 산업 육성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디어펜=김세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