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몽골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키로 합의하면서, 전자·자동차 등 국내 기업의 대 몽고 수출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오전 몽골 울란바토르 정부청사 칭기즈칸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왼쪽)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며 대화하고 있다.
17일 청와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과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은 이날 몽골 정부청사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한·몽골 경제동반자협정(EPA)' 추진을 위한 공동연구 개시에 합의했다.
한국은 몽골의 4대 교역국가에 포함된다. 그렇지만 최근 양국 교역규모는 2012년 4억90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13년 4억3000만 달러, 2014년 3억7000만 달러, 지난해 2억9000만 달러로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풍부한 자원을 기반 삼아 2011∼2013년 연평균 13.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몽골은 최근 원자재 가격하락으로 부진을 겪고 있으나, 내년부터 성장률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이번 EPA가 성사되면 대 몽골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식품, 석유제품을 포함해 전자 제품 등이 관세인하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석탄과 구리 등 몽골의 천연자원 수입가격도 낮아질 전망이다.
EPA(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는 상품과 서비스 등 교역 자유화를 추진하는 FTA의 일종으로, 산업과 투자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몽골의 경우 한국과 EPA를 체결하면 지난달 발효된 일본-몽골 EPA에 이어 두 번째 FTA가 된다.
양국은 이날 합의에 따라 EPA 공동연구를 하기 위한 세부 연구범위, 기간, 연구진 구성 등의 사항에 대한 협의를 올해 안으로 마무리하고,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공동연구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를 마치면 정식으로 EPA 협상을 진행한다. 이르면 내년 말 공동연구를 끝내고 협상을 본격 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PA가 타결되면 교역, 투자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우리 기업의 몽골 수출과 투자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당초 몽골은 일-몽골 EPA에 대한 자국 내 부정적 여론으로 한국과의 EPA 추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공동연구 개시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경제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 미국, 일본 등과 협력 다각화를 추진 중인 만큼 EPA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입장에서도 이번 협상은 구리(세계 2위)와 석탄(세계 4위)을 비롯해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한 세계 10대 자원부국인 몽골 시장을 연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EPA 체결을 통해 몽골 시장을 선점한 일본과의 무역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과 간투무르 몽골 교육문화과학부 장관이 17일 오전 몽골 울란바토르 정부청사에 열린 MOU협정식에서 한-몽골 문화교류시행계획서에 서명한 뒤 협정서를 교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되는 양해각서(MOU)는 경제분야 16건을 포함해 모두 20건이다.
현재 몽골은 대규모 광산 개발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위해 광산 인근에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을 추진 중이다. 생산된 광물자원의 수송과 판매망 확보 등을 위해 철도를 비롯한 운송 인프라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몽골 제5열병합 발전소(15억5000만 달러), 타반톨고이 발전소 건설사업(5억 달러) 등 모두 27억2000만 달러 규모의 전력 인프라 사업 참여를 추진한다.
또한 몽골 정부는 러시아, 중국을 연결하는 운송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2010년부터 국가철도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으며, 수도 울란바토르의 인구증가에 따라 '울란바토르 2030 계획'을 마련해 도시개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5억 달러로 추정되는 울란바토르-신공항간 철도건설사업과 지역난방, 용수공급 등 8억4000만 달러의 도시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양국은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에너지 타운 등 기후변화 대응 협력도 강화하는데 뜻을 모았다.
특히 우리 측은 전력회사 협력 MOU를 통해 풍력, 태양광 등 3억8000만 달러 규모의 몽골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키로 했고, 폐광지역 유휴부지에 친환경에너지 타운을 조성하는 MOU도 체결했다.
친환경에너지 타운은 가축 분뇨 등을 활용한 바이오매스와 태양광 등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남은 에너지는 전력·가스 회사에 팔아 주민소득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아울러 양국 정부는 사막화·황사방지 협력 MOU를 체결, 몽골 고비사막 지역에 조성된 3000㏊ 규모의 조림관리사업을 함께 진행하키로 했으며, 울란바토르 인근에 도시숲을 조성하기로 했다.
여기에 ICT 기반의 의료기술협력 MOU를 체결, 우리나라 원격의료 기술과 의약품의 몽골 진출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문화산업협력 MOU를 통해 한류콘텐츠 진출과 문화유산 공동조사 등도 추진키로 했다.
이밖에 몽골이 추진 중인 노후 시외버스 교체계획에 맞춰 우리 기업이 생산하는 버스 170여 대를 공급하고, 몽골 150개 공립학교에 ICT 통합교실을 구축하는 내용의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차관계약(4500만 달러)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