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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침소봉대…반기업정서 포퓰리즘 도 넘었다

2016-07-20 08:2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끊이지 않는 대기업의 '갑질' 논란과 재벌과 그 가족들의 비리 등으로 우리나라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분노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최근엔 가습기 살균제 사건, 폴크스바겐 자동차배출가스 조작 사건 등이 사회의 큰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기업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반기업 정서는 대기업의 비윤리적 경영이나 오너 일가의 경거망동으로 인한 자업자득의 결과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한편 기업의 속성과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부족이나 재벌에 대한 시기심과 상대적 박탈감도 반기업 정서에 크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반기업 정서는 결국 기업의 국내투자 의욕을 위축시켜 일자리 창출을 막고 국가경제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게 기업만의 탓인가?
 
이런 분위기 속에 얼마 전 한 중앙일간지가 "면접 갔는데… 연애 기간 물어보네요"라는 다소 선동적인 제목의 기사를 썼다. 기업의 채용면접에서 마치 모욕, 무례, 성차별 등 부당한 처사가 판치는 듯 몇몇 면접사례들을 열거하며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기업들로부터 '면접 갑질' '채용 갑질'까지 당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이 기사는 청년위원회 설문조사 참여 학생의 말이라며 "취업 면접이 갑과 을의 시각이 아닌 존중과 배려의 시각으로 진행돼야 상처 받는 청년 구직자들이 줄어들 것", "상생의 고용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이 기사를 보고 우리 언론의 무개념과 경박한 센세이셔널리즘을 새삼 실감했다. 우선, '고용'은 그 자체가 '상생'이다.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돈'을 필요로 하는 '노동자(구직자)'간의 '상생'의 계약이 '고용'이다. 시장경제의 기본은 '교환'이며,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교환'만이 성사될 수 있기 때문에 자유시장경제에서 일방적인 '착취'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이 기사에서 사례로 든 기업들이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몇 퍼센트나 되는지 묻고 싶다. 언론이 일부 사례들을 피면접자의 입장에서만 보면서 우리나라 전체 기업들이 부당한 갑질을 하는 듯이, 또는 수많은 청년들이 이런 갑질로 좌절하는 듯이 여론을 몰아가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업이미지 차원에서 모든 입사면접 참가자들에게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수없이 많은 입사지원자들을 면접한 경험이 있다. 이 기사의 문제점은 구직연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나 기자가 사례로 든 내용들이 피면접자의 불안한 심리나 면접에서 낙방한 사람들의 불만과 피해의식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왜 면접을 실시하며 면접을 통해 뭘 확인하려 하는지에 대한 고려도 없이 기업만 탓하려 한다는 점이다.
 
기업이 면접에서 뭘 보려 하나?

기술직 경력자 채용처럼 업무관련 지식이 관건인 채용의 경우에는 필기 또는 실기시험을 먼저 치르기도 하지만, 기업들이 신입직원 채용면접에서 정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상적인 채용면접에서는 피면접자의 건강, 인성, 교양, 순발력, 인내심, 위기대응능력 등을 평가하며 서비스업체에서는 이에 추가하여 접객업무에 필요한 용모, 신장, 표정, 음성, 말투, 패션감각 등 사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핀다.
 
면접자가 모욕적이거나 성차별적인 질문을 던져서는 안 되지만, 보통의 질문도 피면접자의 성격이나 열등감 등에 따라 모욕이나 성차별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피면접자 입장에서 황당하고 짜증날 수 있는 질문들은 당혹스런 상황에서의 피면접자의 표정, 말투, 순발력, 인내심, 유머감각, 위기대응능력 등의 자질을 파악하기 위해 고의로 던지는 미끼와 같은 질문이라 할 수 있다. 즉, 면접이란 어떤 정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질의응답 과정과 답변 내용 등을 통해 피면접자의 자질을 평가해 나가는 절차인 것이다.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을 면접해야 한 명을 뽑을까 말까 하는 높은 경쟁률의 면접에서 면접관이 재미 삼아 채용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당혹스런 질문을 하여 피면접자를 골탕먹이거나 모욕을 주려는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더구나 면접장에서 주고받는 질문 내용들이 수 시간 내에 인터넷을 통해 세상에 나도는 판인데 면접관이 함부로 문제가 될만한 발언이나 질문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언론의 '반기업 정서 포퓰리즘'

찌라시 신문이 아닌 정통 중앙일간지라면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통계만을 근거로 기업들을 싸잡아 비난하기 이전에 면접응시자들의 불안감과 피해의식 등이 그런 설문조사들에 반영되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균형 있는 취재를 했어야 마땅하다. 입사면접의 취지나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면접에 나서는 준비 안 된 응시자들을 위해서라도 언론이 이들에게 희망과 길을 보여줄 수 있는 깊이 있는 기사를 써야 마땅하지 않을까?

언론은 사실(fact) 전달이라는 기본기능 외에 정보를 선택, 해석, 비판하며 여론을 조성하는 상관조정기능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언론의 막중한 사회적 역할 때문에 언론은 입법, 행정, 사법부에 이은 국가의 네 번째 기관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언론이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개별 언론기관 또는 기자의 시각에 따라 정보의 내용 및 성격이 변화 또는 왜곡되어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요인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조직이다. 이윤이 있어야 기업이 존속하고 일자리가 창출되어 기업이 임금과 세금으로 국가운영에 기여할 수 있다. 이것이 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기본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대기업에 대해 부정적, 편파적 시각의 보도를 일삼는다면 이야말로 언론의 '반기업 정서 포퓰리즘'이라 비난 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이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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