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내 추가 인하될 것이라는 예측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한은 금통위 내에도 존재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문가들도 기준금리 연내 추가인하 가능성을 높게 잡고 있다. 이미 수익성 악화로 시름하고 있는 은행권은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 한국은행은'2016년 제14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때 7인의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연 1.25%의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에 표를 던졌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내 추가 인하될 것이라는 예측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한은 금통위 내에도 존재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문가들도 기준금리 연내 추가인하 가능성을 높게 잡고 있다. 이미 수익성 악화로 시름하고 있는 은행권은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행
하지만 의사록을 자세히 보면 '만장일치'의 방향성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위원들이 존재한 반면 "이번엔 (기준금리를 현 상태로) 유지하더라도 향후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 교차했기 때문에다. 향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후자 의견이 힘을 얻을 경우 연내 기준금리 추가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의사록을 자세히 보면 한 위원은 "지난달(6월)의 선제적 금리인하를 고려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의 타이밍을 빼앗는 형태로 단행된 만큼 아직은 그 여파를 흡수할 시간을 줘야 하지만 통화정책이 보다 완화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 발언은 기준금리 추가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해당 금통위원은 "하반기 중 예상되는 경기와 고용의 하방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위원들은 당분간 현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관건은 '당분간'의 길이를 어느 정도로 보느냐다. 지난 4월부터 새로운 멤버로 꾸려진 현행 금통위원들은 5월 첫 금통위에서 '만장일치 금리동결'을 결의했다가 바로 다음 달인 6월에 '만장일치 금리 인하'를 결의해 대다수 시장관계자들의 예측을 깨는 행보를 보였다.
예상 밖의 기준금리에 적응할 시간이 아직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지만 연내 특정시점에 다시 한 번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하는 셈이다.
이미 전문가들은 연내 추가인하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다. 삼성증권 이승훈‧이슬비 연구원은 4일 보고서를 발표해 "한국은행이 올 9∼10월 중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에서 1% 수준으로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예측했다. 경기둔화 가능성을 우려한 7월 금통위 의사록을 참고했을 때 올해를 넘기지 않고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단, 이들은 기준금리가 연 1.00%에 도달한 뒤부터는 추가 인하에 부담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 한은이 금융중개지원대출 같은 미시적인 정책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측을 덧붙였다.
실제로 현직 A금융통화위원은 지난 6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준금리가 연 1.00%에 도달한 이후부터는 설령 인하 필요성이 있더라도 지금처럼 25bp씩 내리는 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면서 "10bp씩 조정하는 등 다른 대안을 쓸 수도 있다"고 언급한바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 또한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의 가장 큰 우려는 은행의 건전성 악화"라고 지적하면서 "남유럽과 중국계 은행들의 재정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글로벌 금융시장과의 연계성이 높은 한국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은행권은 연내 기준금리 추가인하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초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 문제가 여러 차례 지적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신한‧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이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하며 우려를 씻었지만 은행 수익의 대부분을 순이자마진(NIM)이 설명하는 상황에서 금리 추가인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 6월 기준금리 인하는 상반기 실적에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3분기 실적부터 은행권 전반에 수익성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국은행 금통위가 금리 예측가능성을 지금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