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의 착각…사드 배치의 대안은 외교가 아니다?
“안보 위해 총칼 드는 시대는 지났다.” “사드 배치의 대안은 외교다.” “권력은 국민이, 대통령은 권한만 가진다.” “한반도에 머리 맞댄 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는 사드 배치.” “외부세력 운운하는 것 역시 국민 자유를 제한하는 반헌법적인 이야기다.”
지난 5일 성주를 방문한 방송인 김제동(42)씨가 사드 배치 철회 투쟁에 나선 군민들로부터 환영받으면서 꺼낸 말이다.
국방이 예능인 줄 아나. 김제동의 시대착오적인 발언은 무리수 일색이다. 김제동의 주장은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이지 않다. ‘총칼이 없어 전쟁이 일어난다’는 점은 역사의 상식이다. 안보를 위해 국방을 튼튼히 해야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무력의 존재는 전쟁억지력에 있다. 북한 김정일이 그토록 집요하게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정은이 아비의 유지를 이어 핵탄두를 탑재할 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온갖 힘을 쏟은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이 모든 무리수가 (재래식 전력에서 이미 한국 및 주한미군의 적수가 되지 않는) 북한 정권의 생존을 위해서다.
주한미군 주일미군의 존재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이나 일본이 동북아 균형자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두 나라에 입지해 있는 미군의 존재가 동북아에서의 참화를 막고 있다. 미사일 및 재래식 전력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3위를 다투는 러시아와 중국이 우리나라 코앞에 있지만 이들로부터의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은 지금껏 부재했다. 등 뒤의 일본 또한 한국에게 호전적인 태도를 비춘 적이 없다. 1953년 정전 후 지난 63년간 대치하면서 전쟁 준비를 해온 북한과는 연평 포격이나 NLL을 침범한 연평 해전 등 일부 국지전은 있었으나 전면전은 발발하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적은 북한이지만 과거 6.25 전쟁을 일으켰던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와 당시 참전을 통해 자유통일을 가로막은 중국은 잠재적 적성국이다. 이들 군사력에 대항하여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버티고 있기도 하다. 동북아에 드리운 전쟁의 기운은 수십 년 째 이어지고 있다. 김제동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얼핏 들으면 권력은 국민이, 권한은 대통령이 가진다는 김제동의 말이 맞는 것 같다. 맞다고 해도 안보와 국방 외교 등 국가총력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결단의 순간, 그 결정을 위임받은 사람은 대한민국에 단 한 사람 대통령이다./사진=연합뉴스TV 영상캡처
'사드 배치의 대안은 외교'라는 김제동의 발언은 그저 대화라면 무엇이든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선의에 불과하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대화와 퍼주기 일색의 햇볕정책이 이어졌지만, 결국 핵개발이라는 빅엿으로 돌아왔다. 김제동의 주장은 북한이 NLL을 넘어와 우리 군인들을 쏴 죽여도 그저 대화하고 외교하면 된다는 말이다. 누군가 자신을 두들겨 패도 맞서거나 공권력을 빌리지 않고 따뜻한 대화로 상황을 모면하자는 얘기다.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김제동이다. 외교가 그리 효과적이었다면 지난 63년간 수천 번의 도발과 수십 회의 무장공비 남파, 아웅산 테러 및 KAL기 폭파 테러를 일으켰던 북한의 존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의아하다. 비근한 예로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NLL 연평해전이 있었다. 김제동의 발언은 북한의 기습 공격을 막다가 산화한 모든 군 장병과 그 유가족을 욕되게 하는 짓이다.
사드 배치 또한 넓게는 외교의 범주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지금, 적의 미사일 전력이 점차 고도화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사드라는 무기방어체계의 도입을 결단한 것이다. 사드는 전적으로 주한미군의 관할이며 전쟁이 발발할 경우 국군과 주한미군 및 추가 투입 병력의 보급선을 지킬 방어체계다. 적의 공격으로부터 이를 막기 위한 방패를 들여왔다는 것은 적의 공격수단을 무력화시키는 외교적 카드의 일환이다.
오히려 사드 배치를 뛰어넘는 대안은 사드 같은 방어체계 도입이 아니라 핵무장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에서 고립주의가 심화되고 주한미군 철수와 북핵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이에 대한 최후의 대안으로 핵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김제동은 뭐라 답할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핵 보유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한다면 북한 핵의 존재에 대해 되묻고 싶다. 대한민국 핵 보유에 대해 그러한 입장이라면 북핵에 관해서도 동일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이중잣대가 아니라고 말이다.
지난 8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는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가치관과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없다”고 밝혔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얼핏 들으면 권력은 국민이, 권한은 대통령이 가진다는 김제동의 말이 맞는 것 같다. 맞다고 해도 안보와 국방 외교 등 국가총력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결단의 순간, 그 결정을 위임받은 사람은 대한민국에 단 한 사람 대통령이다. 심각한 안보 문제가 국민들에게 발생하게 되면 그것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 또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이와 관련 “저는 매일같이 거친 항의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저를 대통령으로 선택해 준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비난도 달게 받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8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는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가치관과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여야를 막론하고 이럴 때일수록 하나가 되어야 하고 정부를 신뢰하고 믿음을 주어야 한다”며 “국내 정치적으로 정부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 분열을 가중시키지 않고,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국민을 대신해서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지적했다. 구구절절 김제동 귓가에 박아서 들려주고 싶은 당연한 말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김규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