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김대중-노무현이 특검을 수용하는 척하면서 바로 덮는데 성공했던 현대사의 미스터리가 이번엔 제대로 규명이 될까? 천문학적 규모의 불법 대북송금이 북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됐을 가능성이 다시 논란인데, 이번 주 정치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논란의 불씨를 당긴 건 추석 연휴 직전인 12일 서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한국자유총연맹 북한 5차 핵실험 규탄 대국민 기자회견'이었다. 이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경재 총재는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박지원을 당장 청문회에 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일성-김정일은 1998년 이후 핵폭탄 개발에 본격 착수했는데, 자금이 절실할 타이밍인 2000년 무렵 산업은행-현대그룹을 동원해 4억 5천만 달러 현찰을 저들 주머니에 찔러준 주인공이 바로 그였다는 지적이다. 그 불법송금으로 DJ는 6.15정상회담 '매수'에 성공했고, 노벨평화상도 챙겼다. 이후 16년, 지금 대한민국은 북핵 앞에 건국 이래 최대 위기국면이다.
핵개발 알고도 송금했다면 여적죄(與敵罪)
지금의 위기란 당시의 명백한 '반역행위'탓인데 범(汎)대화노선-평화노선으로 포장된 DJ-노무현 세력은 지금도 여전하다. 방어무기인 사드 배치마저 반대하며, 북한-중국과 보조를 맞추며 '안보대란'을 부추긴다. 그러다가 드디어 그들의 맏형 박지원이 코너에 몰린 것이다.
김경재의 포문 직후 논객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과 미디어워치 변희재 전 대표가 나섰는데, 이들 입장은 더 강경하다. 핵개발 사실을 알고도 4억5천만 달러를 송금했다면, 여적죄(與敵罪)로 사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의 해법은 무엇인가? 우선 김경재-박지원 끝장토론이 중요한데, KBS 심야토론이나 MBC 백분토론에 박지원을 올라오게 하는 그림이다.
여기에서 박지원이 무릎을 꿇을 경우 좌파정부의 반역 스캔들에 대한 규명이 탄력 받을 것이며, 모사꾼 박지원의 정치생명도 날릴 수 있다. 더 있다. 안보정당이라면서도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당 입지까지 흔들리니 내년 대선에도 영향을 준다.
지난 12일 '한국자유총연맹 북한 5차 핵실험 규탄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김경재 총재는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을 즉각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재는 북핵개발의 자금줄 역할을 한 대북송금의 주역인 박지원 위원장에 대한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미디어워치 제공
판이 판이니만치 조중동 중 한 곳도 이번 주 초에 가세하는데, 그 신문은 이번 주 이 문제를 2페이지에 걸쳐 기획기사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이 발 빼기 힘든 이 상황에서 자총의 결심도 대단하다. 회원 1만 명으로 국민의당사를 에워싸는 등 물리적 압박까지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좋다. 이 게임이 진정 의미 있으려면 차제에 한걸음을 더 나가길 나는 원한다.
박지원의 '더러운 역할'에 규명은 1막1절이다. 박지원과 함께 햇볕정책의 전도사라는 임동원 전 국정원장에 대한 규명도 별도로 이뤄지는 게 정상이다. 2003년 불법 대북송금 조성 문제를 다룬 특검 때 박지원이 DJ 노선의 상징으로 부각됐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그가 징역형까지 살았지만, 비중을 따지자면 임동원의 역할에 밀린다. 임동원은 DJ정부 5년 내내 국정원장에 더해 외교안보수석-통일장관까지 역임하면서 대북송금 문제에 전방위로 개입했다. 황장엽이 생전 "DJ와 임동원은 북한과 깊숙이 결탁을 한 사이"라고 짚어냈는데, 그게 정확하다.
몸통 중의 몸통 DJ와, 임동원에도 손대야
2003년 특검 전후 대북송금 문제를 폭로하는 양심선언을 했던 김기삼(전 국정원 직원)의 경우 아예 "임동원은 곧 간첩"이라고 지목한 바도 있다.빌리 브란트 수상의 비서로 활동했으나 동독 간첩으로 판명됐던 거물간첩 귄터 기욤과도 닮은꼴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진정 의미있으려면, 박지원-임동원과 함께 DJ의 정치적 실체 규명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DJ가 누구던가? 그는 호남지역을 볼모로 ‘자기 정치’에 몰입했던 인물이다. 때문에 호남 애국세력과 DJ 사이를 분리하는 것도 한국정치의 진화를 위한 필수코스라는 게 나의 오랜 판단이다.
그렇다면 쉬쉬하지 말고 할 말은 하자. 민주화-인권이란 포장지와 달리 왜 DJ는 현대사의 망령인가? DJ의 사람됨을 가늠케 하는 증언이 조금 전 언급했던 김기삼인데, 그가 쓴 단행본 <대한민국과 김대중을 말한다>(비봉출판사, 2010년)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DJ의 셈법에선 노벨상이 최우선 목표이고, 햇볕정책도 수단이라는 얘기인데, 그만큼 그는 음험했다.
"김대중씨는 노벨상 수상을 공작하기 위해 햇볕정책이라는 기만적 대북정책을 추진했습니다.…햇볕정책은 국제사회와 노벨위원회를 속여 한반도에 평화가 조성되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본래 목표이던) 노벨상을 타기 위한 속임수였습니다."(64~65쪽)
흥미롭다. 실은 자총과 별도로 이번 싸움의 한 축을 담당하고 나선 게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 쪽인데, 그는 DJ의 몸통을 겨냥한 '저격활동'을 준비 중이라서 관심이다. 그게 김대중 대통령 예우 박탈운동이다. 이를 위해 전국을 돌며 서명운동을 벌인다는 구상이다.
지난 12일 서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한국자유총연맹 북한 5차 핵실험 규탄 대국민 기자회견'에서김경재 총재는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박지원을 당장 청문회에 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미디어워치 제공
왜 새누리가 코빼기도 안 보이나?
이런 움직임에 대한 우리 관심은 당연하다. 누가 호남을 따돌리거나, 특정 정치인에게 돌을 던지는 게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우리는 호남이 대한민국을 삼키고, 5.18특별법이 헌법 위에 올라타는 현상을 지켜봤는데, 이걸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의 하나일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싸움에서 왜 새누리가 코빼기도 안 보이는가 하는 점이다.
대북송금액이 5억 달러만이 아니고 15억 달러 규모라는 세간의 주장을 규명하는 걸 포함한 햇볕세력-평화세력에 대한 철퇴란 자총과 시민단체 힘만으론 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가 개입할 경우 정국 주도의 고삐를 쥐는 건 물론 현실적 이득도 없지 않다
'현대사 최대 미스터리'와 DJ 망령을 모두 걷어내는 건 결국 대한민국에 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13년 전 대북송금 특검이 어영부영 끝났던 것도 결국은 당시 한나라당의 책임이 컸다. 당시 송두환 특검팀은 DJ를 소환조사하지도 않았고, 박지원 권노갑이 죄를 대신 뒤집어쓰게 했다.
노무현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남북관계의 근간을 해치는 데로 (특검이) 확대되어서는 안 된다"(232쪽)고 털어놓았는데 결국 그의 의중대로 된 셈이다. 현직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대놓고 반역행위를 했던 DJ에게 면죄부를 건네준 꼴이었다.
당시의 특검은 노무현의 말대로 "송금의 절차적 위법성 문제만 수사했다"면, 이번에 전혀 차원이 다르다. 김경재 총재의 지적대로 핵 개발을 알고도 북에 4.5억불 찔러줬다는 건 국회청문회 깜이 분명하며, 여적죄 적용을 검토해볼만한 대목이 분명하다. 이 게임에 귀추가 주목되는 건 그 때문이다. /조우석 주필
[조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