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법과 헌법 취지(정신)에 따르자면, 인사청문회에서의 문제는 해임건의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고, 경과보고서 채택(또는 불채택)하고 나면, 인사청문회 관련해서 국회가 할 일은 법적으로 없다. [그런데, 야당은 청문회(9월 1일)를 하기도 전(8월 30일)에 해임건의안을 낼 것이라고 다짐했고, 이를 실천했다. 이는 엄밀히 위헌(적)이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앞두고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밝힌 입장이다. 황 의원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은 24일 새벽 직권상정 또는 날치기라는 논란속에 야당의 ‘야합’으로 통과됐다.
현직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03년 김두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 이후 13년 만이다. 김 장관 해임결의안 무기명 투표 결과 찬성 160표, 반대 7표, 무효 3표로 집계됐다. 통과 최소 기준인 재적 과반 151표를 9표 넘겼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표결 참석을 거부하고 퇴장한 가운데 야당 3당이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24일 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주역은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야권성향 무소속의 의석이 130여석에 그치는 상황에서 38석의 국민의당은 자율투표를 통해 찬성표를 집중적으로 던져 해임건의안을 가결시켰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앞두고 밝힌 소신 발언이 화제다. 황 의원은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정치공세에 불과한 위헌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위원장이 새겨 들어야 할 대목이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은 21일 의원총회에서 해임건의안을 공동제출하지 않기로 하면서 공조체제에서 이탈했다 하지만 불과 사흘만인 24일에는 가결에 무게를 준 자율투표로 선회했다. 황주홍 의원은 이 과정에서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부적절하다며 이견을 표출했다.
하지만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SNS을 통해 "38석의 국민의당으로서는 몇분의 의원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밀고 나갈 경우 당의 균열이 생긴다"며 "안철수·천정배 전 대표와 숙의·가결시키기로 합의하고 각각 의원들을 설득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이 자당의 의원 목소리보다는 결국 더민주 꽁무니를 따랐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황의원이 23일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면 김재수 장관에 대한 해임결의안이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당초 국민의당 지도부는 김 장관의 해임결의안 문제에서 더민주와 정의당의 입장과는 달랐다. 이후 박지원 위원장이 안철수 천정배 전 의원을 거론하며 당론화 시켰다. 결국 김 장관 인사청문회가 현 정권 흔들기로 변질됐다.
황 의원의 글을 보자. "김재수가 정책 역량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도덕적으로도 그렇게 엉터리는 아니더라, 해임건의안은 공연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며 "정국 파행이 번연한 일부 야당의 해임건의안 정략에 국민의당이 들러리 서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황 의원의 다음 글은 야당이 김재수 장관 인사청문회는 애초에 관심조차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는 9월 1일 김재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그날 청문회를 마친 뒤, 나는 우리 당 동료인 정인화 의원과 김종회 의원에게, 내 견해를 먼저 말하지 않고, 최종 평가를 물었다. 그랬더니 두 분이 똑같은 대답이었다. 약간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면 장관으로서 적합하다고 본다, 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비로소 내 의견도 똑같다, 고 얘기했다. 우리 당 3인의 인사청문 위원의 입장은 그러했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생겼다. 8월 30일 다른 야당(실제, 내 발언에서는 구체적 거명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이 정도로 기록한다.) 지도부가 이런 공개 발언을 한 것이다. '김재수 후보자는 구속감이다. 인사청문회에서 떨어뜨리겠지만, 만약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바로 해임건의안을 내겠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황 의원의 지적대로 인사청문회를 열기도 전에 야당은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한 것이다. 황 의원은 "9월5일 야3당 원내대표들이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내기로 합의 발표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이는 "(헌)법의 정신에 대한 오해 또는 이해 부족이었고 사실 관계 확인 미흡이었다. 정치적 공세일 따름이었다"며 해임건의안을 합의했던 박지원 비대위원장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어 "장관에 취임한 바로 다음 날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발표한 것은 정말이지 오만이자 희극"이라고 자탄했다. 황 의원은 "김재수 문제는 인사청문회로 일단락시켰어야 한다. 그 역할을 우리 국민의당이 수행했었어야 한다"며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 끌려 다니는 듯한 인상을 남긴 것은 이롭지도 지혜롭지도 못한 일이었다"고 자조했다.
황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신설 정당인 우리에게 38석 의석과 정당득표율 26.74%를 부여한 총선 민심은, 우리가 꼭 좋아서였다기보다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유권자들의 표심이 답지한 결과"라며 "총선을 통해 국민의당에게 맡겨진 이 소임, 국민의당의 이 '기대 역할'을 국민의당은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고 믿고 싶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황 의원은 총선 민의는 "여야는 이제 제발 좀 그만 싸워라"라는 주문이었다며 "이 어려운 국가 위기 상황에서, 이 팍팍한 민생 위기 국면에서, 이치에도 현실에도 맞지 않는 해임건의안을 우리는 어찌 해야 하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박지원 위원장이 마음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