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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트럼프 쇼크'에 외환시장 '출렁'…미국 주가 15% 하락?

2016-11-10 10:00 |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미디어펜=이원우 기자]'트럼프 쇼크'가 외환시장을 출렁이게 만들고 있다. '브렉시트'의 충격에 비견할 만하지만 그보다 긴 여파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허둥지둥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의 국내외적 동요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도 높아졌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5대 미합중국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외환시장의 충격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점쳤던 여론이 우세했기 때문에 충격파는 더욱 크다.

'트럼프 쇼크'가 외환시장을 출렁이게 만들고 있다. '브렉시트'의 충격에 비견할 만하지만 그보다 긴 여파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지난 9일 환율의 움직임은 이와 같은 심리를 잘 보여줬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4.5원이나 오른 1149.5원에 마감됐다. 개장 시점 클린턴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전일보다 6원 내린 1129원으로 출발했음을 감안하면 극적인 변화다. 환율의 저점(1129원)과 고점(1157.3원)의 격차는 30원에 이를 정도로 변동폭이 컸다.

이날 환율의 흐름은 격전지인 플로리다주에서 트럼프 후보가 앞섰다는 소식이 알려진 오전 11시경부터 급등세로 전환됐다. 앞으로도 '트럼프 효과'가 환율 상승을 야기할 것임을 예고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외환시장의 충격은 지난 여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예상 밖'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한국경제에 미치는 여파의 측면에서 트럼프 효과가 훨씬 긴 '꼬리'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보호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가 유세 당시 공공연히 천명했던 '한미FTA 재협상' 문제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백찬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경우 자동차, 섬유, 전기전자, 휴대폰 산업에 속한 기업의 주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면서 "각종 무역협정들에 대해 미국이 적극적인 대응을 할 경우 장기 성장성 훼손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은 지난 9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최상목 기재부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 불안이 고조될 경우 정부와 협력해 시정 안정화 대책을 적극 시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또한 우려감을 드러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금융뿐 아니라 실물 측면에서도 미국의 경제정책 변화가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중국의 수출 둔화 우려와 결합해 세계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증대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은 정부의 분야별 24시간 태스크포스(TF) 가동에 발맞춰 국방위 외통위 등 상임위원회 중심의 TF를 구성할 계획이다. 김무성 전 대표, 윤상현 의원 등 중진 의원들도 이날 트럼프 관련 세미나를 각각 개최하고 정세 분석에 나선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아직까지 트럼프가 누군지도 잘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클린턴 당선을 너무 확신했던 점이 이제 와서 고스란히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번 혼란이 비단 국내에서만 그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천명한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새로운 여건에 적응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대로 '자국우선주의' 원칙에 입각해 경제정책을 펼칠 경우 세계 교역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축이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이날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주가가 10~15% 하락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OMC)의 금리인상 예측에도 제동이 걸렸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긴축정책을 펼칠 여건이 정돈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 아울러 트럼프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교체'를 주장했던 전력도 있어 미국 정부와 FOMC의 '기 싸움'도 새로운 리스크로 급부상했다.

오는 11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은 금리를 일단 '동결'하고 시장을 관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트럼프 당선이 가시화되기 전인 지난 9일 금융투자협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채권시장 전문가 100명 중 99%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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