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가 지난 23일 내놓은 '하루야채 마스크팩' 제품./한국야쿠르트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식품업체들이 신성장동력으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도 부족과 유통채널 역시 식품과는 전혀 다른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중국 관광객들의 영향으로 화장품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맞으나 노하우 없이 뛰어들 만큼 진입 장벽이 낮은 분야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는 이날 '하루야채 마스크팩'을 출시하며 화장품 관련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이전 한국야쿠르트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사은품으로 고객들에게 마스크팩을 증정한 적은 있지만, 유료로 판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야쿠르트가 이번 출시한 마스크팩은 수분충전과 동안피부용 2종이다. '수분충전 마스크팩'은 수박, 오이, 사과 등의 추출물로 건조한 피부에 수분을 공급해 주는 제품이다. '동안피부 마스크팩'은 포도, 블랙체리, 자몽 등의 추출물로 피부에 생기를 부여하고 주름을 개선하는 기능성 제품이다. 화장품 제조는 외부 업체에 맡겼고 한국야쿠르트는 '하루야채'의 브랜드와 컨셉 등을 제공해 마스크팩을 런칭한 것.
한국야쿠르트는 이들 제품이 정제수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원물인 과일과 야채 추출물을 87% 첨가해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를 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에서는 몸에 좋은 성분이 무조건 피부에도 좋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대단히 섬세한 산업이고 똑같은 성분이라도 얼마나 피부 속 깊이 전달하는 것도 기술"이라며 "몸에 좋은 것이 무조건 피부에도 좋다는 논리라면 과일과 야채를 그냥 얼굴에 바르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논리와 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야쿠르트는 기존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판매하며 대표전화 및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 하지만 이 제품이 특별히 좋거나 마니아가 아니고서야 야쿠르트 아줌마나 전화 등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기업 사무실들의 보안이 강화되며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기업들을 찾아가서 제품을 전달·판매하는데 여러 제약과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마스크팩 출시도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J제일제당 역시 지난해 이너뷰티 브랜드 '이너비'를 통해 마스크팩을 출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CJ그룹 유통 채널인 올리브영과 온마트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지만 실적을 공개할 수 없을 정도로 판매가 미비한 수준이다.
삼양그룹에서도 뷰티·헬스 스토어로 '어바웃미'를 런칭했지만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고 KGC인삼공사의 한방화장품 '동인비'도 정관장 홍삼이라는 우수한 브랜드력과 제품력에도 불구하고 업계를 리드하지 못하고 있다.
빙그레가 올리브영과 손잡고 내놓은 '바나나맛우유' 보디 제품도 2개월 만에 매출 10억원을 돌파하는 등 '대박 조짐'을 보인다고 밝혔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미지수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은 정체된 반면 화장품업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고 먹는 것과 피부에 바르는 성분이 유사하다고 판단해 식품업체들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화장품업은 유통 채널도 다르며 마케팅 방식, 컨셉, 제조 등도 다르다"며 "화장품업은 대단히 전문화되고 미세하고 오랜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