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금융권 전반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금융기관에 대한 접근보다는 인공지능 등이 적용된 금융산업 수요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지금의 금융시스템은 앞으로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가 20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2017 크리에이티브 비전 포럼'에서 'A.I와 금융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는 20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2017 크리에이티브 비전 포럼’의 기조강연에서 “금융권에도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 됐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오 교수는 이날 'A.I와 금융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한 강연에서 인공지능을 비롯한 블록체인, 간편결제 등 신기술의 활용으로 금융서비스 공급비용이 절감되면서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 교수는 “금융권에서 4차 산업혁명을 실현하기 위해 다른 업종과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금융분야내 블록체인과 빅데이터 활성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금융플랫폼 조성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특히 미래산업의 핵심인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금융권의 접근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먼저 전세계 인지·인공지능 시스템 시장은 지난해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연평균 55.1%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규모는 지난해 80억달러(9조3000만원)에서 2020년 470억달러(약 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지·인공지능 시스템에 투자를 많이 한 산업은 금융과 소매산업, 다음으로 헬스케어와 조립·제조 산업이 뒤를 이었는데, 이들 산업은 지난해 전세계 인지·인공지능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아울러 인지 애플리케이션 분야는 큰 규모로 빠르게 성장해 2020년이면 182억달러(약 21조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의 인지·인공지능 시스템 지출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북미지역은 62억달러(약 7조2400억원)에 달하고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EMEA)이 그 뒤를 이었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은 2020년까지 EMEA와의 격차를 좁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오 교수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고객별 맞춤형 금융상담금융 ‘챗봇(Chatbot, 채팅 로봇)’에 주목했다.
금융 챗봇은 채팅 창에서 마치 실제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질문과 대답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24시간 동안 자동이체나 공과금 납부 내역의 알림이나 결혼자금 관리 계획 등 개인비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챗봇은 모바일 기기에서 인공지능 채팅앱의 형태를 통해 고객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로 1:1 대화형으로 날씨, 교통상황, 여행지, 음식 등 사용자 상황 등 일반적인 정보 외에도 금융이나 보험, 보건의료, 법률과 같은 복잡한 지식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트너는 챗봇과 개인비서 시장 규모를 오는 2024년까지 80억달러 규모로 전망하고 있는데, TMR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전세계 챗봇 시장 규모는 매년 27.8%씩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한은행이 인공지능 기업 솔트룩스와 협력해 인공지능 기반 챗봇 개발에 착수했는데, 이를 통해 대출심사 시 관련 서류 등 단순 업무는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 교수는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한 ‘인공지능 콜센터’ 서비스의 가능성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오 교수는 IBM 왓슨을 적용한 '인공지능 콜센터'의 사례를 들어 “기존 콜센터 상담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간이 제한됐다”며 “하지만 인공지능이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24시간 인공지능 콜센터가 도입되면 밤늦은 시간에도 금융상품, 대출 상담 등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반 머신러닝 등 새로운 분석기법을 활용한 중금리 대출 신용평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는 대출·연체·카드 정보 등 신용정보 외에 텍스트·신용패턴 등 다양한 비금융정보를 머신러닝 기법으로 분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디어펜은 인공지능(A.I)이 열어젖힐 새로운 금융산업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한 '2017 크리에이티브 비전 포럼'을 20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B2F)에서 개최했다.
미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수만 가지 빅데이터를 접목시켜 보다 정교한 AI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나, 국내 금융회사들은 이 분야에서 초기 단계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한은행, KB캐피탈, AXA손해보험, SBI저축은행 등 국내 금융사들은 지난해 7월부터 보험심사와 대출심사 시스템에 AI를 활용한 ‘다빈치랩스’를 이용하고 있다.
다빈치랩스는 2015년 설립된 국내 핀테크 회사인 데일리금융그룹에서 전문가들과 개발한 AI 데이터 분석솔루션이다.
고객들에 대한 신용관련 데이터를 다빈치랩스에 업로드한 후 예측 대상인 고객들의 ▲직업 ▲연령 ▲성별 ▲신청금액 ▲대출이력 ▲연체이력 ▲신용카드 보유 여부 등의 정보를 알고리즘으로 조합해 사회초년생과 저신용 등급 고객 등에 대해서도 신용대출 연체 가능성을 세밀히 분석할 수 있다.
특히 기존에 금융사들이 사용하는 데이터 분석 능력을 AI를 활용해 극대화하고 있는데, 신한은행은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반 머신러닝 등 새로운 분석기법을 활용해 중금리 대출 신용평가모형 개발을 완료하고 모바일은행 ‘써니뱅크’ 중금리대출에 적용하고 있다.
오 교수는 AI를 활용한 신용평가시스템 도입의 장점으로 개인신용대출 시장에서 금융소비자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 확대를 꼽았다.
금융사들은 신용평가에서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수적인 심사방식을 유지하고 있어 부족한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돈을 빌려줘야 하는 금융사들에 있어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AI를 활용해 수천 개에서 수만 개에 달하는 정보를 분석하는 금융시스템은 정교한 신용분석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신용분석이 어려워 대출이 불가능했던 고객에게는 신규대출을 내줄 수 있고 데이터가 부족해 제대로 된 신용등급을 받지 못했던 고객들의 신용등급이 높아져 대출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
오 교수는 “신용대출 시장에서 지금까지 형성되지 못했던 틈새시장이 형성되거나 공급이 부족했던 부분이 해소되면서 더 많은 대출이 더 낮은 금리로 제공될 기회가 생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통한 금융 혁신이 금융소비자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긴 하지만 부작용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통상 로봇 등 자동화기기가 보편화되면 기존 금융산업의 제조, 판매, 후선인프라 등 전 영역에서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된다. 이는 금융산업 전체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팀은 인공지능 발달로 20년 이내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20년 이내에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으로 전화 판매원(텔레마케터)을 꼽았으며, 5위 보험업자, 10위 은행 신규 계좌 개설 담당자, 15위 증권회사 일반사무원, 17위 은행 대출담당자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또한 금융혁신에 따른 투자자보호 문제도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인공지능 기반의 온라인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판매보수가 높은 금융상품 위주로 권유할 가능성이 있다.
또 금융 분쟁이 발생했을때 법적 책임소재도 불문명하다는 단점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최근 등장한 지급결제수단과 소매대출상품을 악용하는 범죄도 우려요인으로 꼽힌다.
오 교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방안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금융혁신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ICT+금융 융합형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며 금융 패러다임이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금융당국에서도 이러한 부작용을 감안해 금융규제 테스트베드를 도입한다는 방침임을 언급하며, 향후 발전 정책방향을 시도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금융분야 종합 대응방향 등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