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어깨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정도경영’ 안착과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 메우기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으면서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실무를 책임지면서 미래전략까지 수립하는 등 책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28일 재계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의 ‘지주사 포기’와 ‘자사주 전량’ 소각 결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도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은 고무적’이라는 입장을 내왔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 대신 ‘정도경영’을 선택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지주사 전환은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혀왔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의 자사주가 모두 소각되면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기존 31.4%에서 18.2%로 줄어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지분 확대를 통한 경영권 강화보다는 경영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 이 부회장은 현재 경영일선을 떠나 있다. 복귀 시점을 예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인 지분이 50%가 넘는 상황에서 앞으로 삼성전자는 성과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지주사 전환을 통한 지배력 강화가 물 건너간 상황에서 실적과 경영에 대한 평가가 더욱 냉정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삼성전자의 실무를 관장하고 있는 권 부회장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복귀전까지 권 부회장을 중심으로 실적 상승세를 유지하고, 성장 기반을 닦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권 부회장이 부문장을 맡고 있는 부품(DS) 사업을 중심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 반도체는 6조3100억원의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디스플레이 사업도 1조300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지난 1~3월 삼성전자 영업이익(9조9000억원) 가운데 부품 사업이 77%가량을 책임 진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2분기에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인 13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권 부회장과 삼성전자는 마음 놓고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2~3년 후 미래 먹거리 준비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신기술 기업 인수합병(M&A)과 해외사업, 투자 등에서 ‘총수 리스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당분간 권 부회장을 중심으로 안정적 경영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 할 때까지 각 사업의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경영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당분간 안정성에 더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주사 전환 카드를 버린 만큼 권 부장과 경영진은 물론, 전사적으로 실적 개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