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매섭다. 3년 만에 외국인 타자가 돌아온 2014시즌 프로야구가 연일 홈런아치를 그리며 숨가쁜 타격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9일 잠실(두산-SK)·목동(KIA-넥센)·사직(LG-롯데)·마산(한화-NC) 등 4개 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는 모두 12개의 홈런포가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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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뉴시스 자료사진 |
목동과 잠실에서 각각 4방이 터졌고 사직과 마산에서도 각각 3개와 1개의 홈런아치가 밤하늘을 갈랐다.
비단 9일만 뜨거웠던 것은 아니다.
9일 현재 39경기를 치른 2014시즌 프로야구에서는 모두 77개의 홈런이 나왔다. 경기당 평균 1.97개의 홈런포가 야구팬들을 열광시켰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홈런 페이스가 얼마나 가파른지 증명된다. 지난해에는 개막 후 40경기를 치르는 동안 고작 39개의 홈런이 나왔다. 경기 당 0.97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정규리그 경기당 평균 홈런수는 1.4개이며 2012시즌은 1.2개였다. 외국인 타자가 있었던 2011시즌도 1.4개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 프로야구가 시작부터 타격전 양상으로 흘러가게 된 이유는 '수준급 외국인 타자'의 영입이 가장 크다.
9개 구단 외국인 타자 중 무려 6명의 선수가 홈런을 가동했다. 이들이 터뜨린 대포수는 모두 18개로 올 시즌 홈런 중 약 23%(77개 중 18개)에 달한다.
조쉬 벨(LG)과 루크 스캇(SK)은 각각 4개의 홈런을 기록, 공동선두를 차지하고 있으며 호르헤 칸투(두산)·브렛 필(KIA)이 3개씩을 쳤다. 야마이코 나바로(삼성)와 에릭 테임즈(NC)도 각각 2개씩을 쏘아 올렸다.
부상으로 아직 출전하지 못한 '용병 거포' 루이스 히메네스까지 가세했다면 외국인 타자의 홈런 비율은 더욱 높았을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타자의 연이은 홈런쇼는 토종 거포들도 자극하는 모양새다. 9일까지 토종 타자들이 때린 홈런수도 59개로 외국인 타자가 없던 지난 시즌 비슷한 기간 홈런(40경기 39개)보다 20개나 많다.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외국인 타자의 효과로 시즌 초부터 홈런 바람이 불고 있다. 용병 타자들의 프로야구 적응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며 "올해 외국인 타자의 경력과 수준도 어느 해보다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수 수준이 떨어졌다기보다는 이달 타자들의 전체적인 컨디션이 투수들보다 좋은 것 같다"며 "다만 정규리그 초반이기에 올 시즌이 내내 타격전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