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허용과 관련 산업은행 측에 협조하는 대신 사용료를 더 받는 쪽으로 최종 결정했다.
9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이날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기간 20년 보장, 매출액 대비 0.5% 사용 요율, 독점적 사용, 해지 불가 등을 조건으로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허용하겠다"고 결의했다.
금호산업 이사회는 금호타이어 상표권에 대한 사용기간 20년 보장, 매출액 대비 0.5% 사용 요율, 독점적 사용, 해지 불가 등을 조건으로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허용하겠다고 결의했으며, 이러한 내용을 산업은행에 공식 회신했다고 밝혔다./사진=금호타이어 제공
금호산업 관계자는 “타 기업의 유사 사례 등을 고려한 시장가치, 금호아시아나그룹 외 타 회사에 대한 상표권 부여로 인한 유지, 관리, 통제 비용 증가 및 향후 20년간 독점적 상표 사용 보장 등을 고려해 조건을 산정한 것”이라고 결의 배경을 밝혔다.
금호산업에 따르면 현재 금호타이어는 중국을 포함한 해외법인이 매출액의 1%를 상표권 사용료로 지불하고 있으며, 국내 주요 지주회사의 경우에도 국내 계열사 0.4%, 해외 자회사 1%의 상표권 요율을 유지하고 있다.
박 회장 측이 금호 상표권 요율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산은 측에 회신하면서 금호타이어 매각을 위해 산은에 협조적으로 태도를 선회한 동시에 일각에서는 금호그룹의 실익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금호산업은 지난해 금호타이어로부터 60억원의 사용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매출액의 0.2%를 금호산업에 지급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호산업이 더블스타를 상대로 금호타이어 사용 요율을 인상하면 현재와 비교해 수십 억 가량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 상표권 조건 비교 /자료=금호그룹 제공
국내 주요 지주회사 브랜드 수수료율 현황 /자료=금호그룹 제공
또 금호산업은 지난해 9월 13일 산업은행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여 “합리적 수준의 요율로 5년간 비독점적 상표권 사용”을 제시한 바 있고, 금번에도 6월 5일 산업은행의 요구에 최대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상기와 같이 협조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산은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산은으로서는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와 상표권 요율 인상에 대해 협의를 거쳐야 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당초 더블스타는 ‘금호’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인수 가격을 더 낮춰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스타 측은 금호타이어 인수 가격(9550억원)에 '금호' 브랜드 사용에 대한 권한도 포함됐다는 입장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하고 있지만 최근 금호타이어 실적부진과 그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 채권단과 박 회장 간의 계속되는 신경전 속에서 금호타이어 주가도 내려가고 있어 인수 의지가 줄어들 가능성 또한 상당히 높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아무래도 우선협상자로서 인수의지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 금호타이어 매각을 성사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상표권 사용 문제와 관련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초강수’를 뒀다.
또 금호타이어 매각의 선결조건인 상표권 사용 허용을 하지 않으면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1조3000억원 차입금에 대한 3개월 만기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금호그룹의 이 같은 회신에 대해 산은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위해 어떤 행보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금호그룹은 금호타이어 채권단의 결정을 지켜본 뒤 상황에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산은의 요구에 대해 회신한 이상 산은의 입장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