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야3당이 인사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독주에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각당은 입장 차별화에만 부심하거나 전당대회 등 당내 행사에 눈길이 쏠려 집중적인 견제도, 대승적인 협조도 연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없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임명되고도 추가 청문회의 '순항'을 허용했다. 대여 단일대오도 문 대통령의 공직인사 원천 배제 원칙 '5대 비리' 중 4개에 해당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에 공동으로 반대하는 게 고작이다.
문 대통령이 장관 임명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며 인사청문회를 '대통령이 참고하는 과정'이라고 치부하고 강경화 후보자 임명 강행을 시사한 뒤에도 야3당은 각자 '말 잔치'를 벌이는 데에 그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16일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회 차원을 넘어 용인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여야 협치는 물론 정치를 포기하는 데드라인을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문 대통령은 인내와 설득을 포기하고 패권과 대결의 정치를 선택했다"고,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의) '국민의 뜻'이란 말은 독재자들이 착각하거나 자의적으로 쓰던 말"이라고 질타했다.
국회 운영위를 열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인사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언급들도 나왔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구체적인 대응에서도 3당 공조를 보기 어려웠다. 주말 중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이 점쳐지는 상황임에도,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의 즉각적 채택에 한국당과 바른정당만이 반대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에 반발, 다음날인 14일 오전 김영춘·김부겸·도종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위한 소관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 불참했다가 '오후 참석'으로 선회했다. "협치 파괴" 등이 적힌 피켓을 좌석 전면에 붙이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시위했지만 야3당 중에서는 줄곧 '나홀로 투쟁'한 격이 됐다./사진=미디어펜
각당 내에서도 대여 협조와 비협조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헤매는 분위기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임명 강행에 따른 지난 14일 '제2 슈퍼 수요일' 청문회 파행이 오전에 그친 사례처럼, 한국당은 청문회 보이콧과 장외투쟁 등 강경 대응의 목소리가 나오면 정우택 원내지도부가 나서 청문회 복귀로 돌려놓는 식이다.
15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논의가 하루 미뤄질 전망이었다가 당일 저녁 채택으로 급변한 것도, 당초 반대했던 한국당 교문위원 전체가 아닌 염동열 간사의 '선 결정 후 통보' 였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의 국무위원 임명 강행을 막는 건 법적으로 불가한 가운데, 80%대를 달리는 문 대통령의 높은 국정지지도 하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 '발목잡기 야당' 꼬리표를 달고 싶지 않아 몸을 낮춘 셈이다. 대안으로 당내 일각에서는 '인사청문회법 폐기안을 내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지도부 이행할 리 없다는 자조가 따라붙었다.
7·3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경쟁에 돌입하면서 후보자들이 보수야당으로서의 선명한 정체성 확립, 청년층·수도권 외연확장론을 각각 내세우며 대립하는 등 정체성 갈등도 없지 않다.
국민의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으로서 대여 견제에 중점을 둘지, 당의 기반이지만 현 정부에 우호적인 호남 민심을 따를지 갈등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때는 대여 협조를 택해 제1야당인 한국당을 고립시켰고, 이후 인선에서는 강 후보자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반대 의견을 같이한 것 말고는 야권 공조에서 쉽게 이탈하는 모양새다.
오는 26일 전당대회를 앞둔 바른정당도 원내지도부와 일부 당 대표 출마자의 입장이 현안마다 상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인사청문회는 물론 추경·대북안보정책에 있어 대여 강경노선을 취하는 원내지도부와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 등과 달리, 이혜훈 하태경 의원 등은 문 대통령 비판을 자제하거나 협조적인 주장을 펴기도 했다.
전자는 보수당으로서의 원칙론을, 후자는 전대 득표에서 '국민 여론조사'가 30% 반영되므로 문 대통령에 우호적인 여론을 흡수해야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계산에 따른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16일 오후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에서 첫 국무위원 후보직 낙마자가 됐지만 이는 야권 공조의 산물로 보기 어렵다.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 직을 내려놓은 건 음주운전 전력·국가관 의심·관음적 여성관·성매매 옹호·'혼인 무효' 사건·국가인권위원장 시절 아들 고교 퇴학처분에 대한 외압 행사 의혹·허위학력 기재 논란 등으로 파문이 계속된 영향이 더욱 크다는 관측이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