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석유·화학업계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효율경영'이 잇따라 언급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신기술 도입에 따른 생산성 확대에 따른 구조적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석유·화학사들은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4차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를 선언하며 ICT 등 신기술을 접목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올 초부터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4차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를 선언하며 ICT 등 신기술을 접목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울산공장 압축기 감지센서 현장 점검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주요 생산 거점인 SK 울산 CLX에 스마트 플랜트를 우선 도입했다. 스마트 플랜트는 기존의 공정을 자동화한 스마트 팩토리보다 한층 더 진화한 개념이다. 기존 공정에 ICT를 융합해 오차를 줄여 생산 효율성을 최대 3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1년 동안 테스트를 거친 4개 추진과제들이 상당한 성과를 보였고, 현장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면서 “향후 SK 울산 전 공정 및 이노베이션 사업장 전체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하기까지는 3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덧붙여 4개의 과제를 더 진화 발전시키고 전 분야에 걸쳐 추가적인 과제를 발굴해나갈 예정이다.
공정국 SK에너지 릴라이어빌리티 실장은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는 힘들지만 뒤쳐지면 걷잡을 수 없는 분야"라며 "엑슨모빌. 쉐브론, 쉘, BP 등 세계적인 정유사들도 모두 스마트플랜트와 유사한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에너지 계열사들인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첨단소재는 올초부터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신사업 모델을 발굴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중이다.
현재 롯데마트 평택지점과 대산공장 사택 등에서 에너지저장장치를 실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실증이 마무리돼 사업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에너지분야는 보수적인 산업 특성상 ICT와의 접목이 쉽진 않지만 글로벌 추세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TF를 꾸려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태양광 셀 제조사인 한화큐셀은 올해 첫 가동에 들어간 충북 진천공장 라인에 공정 환경, 제어, 물류, 불량 관리 등을 실시간 파악하는 생산관리시스템(MES)를 적용해 스마트팩토리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생산 실행과 품질 및 창고관리를 하던 단계에서 오류를 감지할 수 있는 무인화 설비를 적용한 것”이라며 “올 초 그룹 차원에서 10년 후를 내다본 신기술 도입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방침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화의 또다른 주력 계열사인 한화테크윈도 표면실장기술(SMT) 공정에 사용되는 모든 장비에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한 바 있다.
대표적인 스마트시스템으로 손꼽히는 ‘티솔루션’은 스크린 프린터, 검사기 등 대부분의 공정 장비를 IoT로 네트워크화해 실시간으로 취합, 최적의 라인 상태를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스마트 공장을 통해 제조업 부활, 일자리·소득 창출의 기회로 삼고 있다. GE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라인을 즉각적으로 모니터링해 품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을 발견함으로써 불량률을 감소시킨 바 있다.
업계전문가들은 주요 산업에서 효율성을 1%만 끌어올려도 향후 15년간 2700억 달러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예상치를 내놓고 있다.
다만 스마트팩토리 등 신기술 융합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상·하위 공장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협업적 운영이 지속될 수 있는 생산체계가 구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대기업 공장이 개별적으로 가동되는 한편, 운영상 연계되는 ‘연결형 공장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스마트팩토리 활성화에 따라 시스템의 자동화로 대규모 실업자를 양산할 수 있고,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의 수요가 기존 방식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플랜트가 도입돼 효과를 얻으면 무인화로 인한 생산효율성은 끌어올리겠지만 그만큼 노동력과 일자리가 감소될 수 있고, 아무리 좋은 스마트 기술이라 해도 수요가 떨어진다면 도입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제품 고부가가치화로 인한 단가가 상승해버리면 그만큼 구매력을 떨어뜨린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