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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매각…박삼구 vs 채권단 법정대결 가나

2017-06-20 10:54 | 최주영 기자 | jyc@mediapen.com
[미디어펜=최주영 기자]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더블스타‧채권단과의 금호 상표권 협의 문제를 놓고 기존 입장차를 재확인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러한 양측의 기싸움은 금호타이어 매각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더블스타‧채권단과의 금호 상표권 협의 문제를 놓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사진은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사진=금호타이어 제공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20일  “금호라는 상표권은 박 회장 개인 소유가 아니고 금호산업의 재산권이기 때문에 금호산업 이사회에서 결정한 바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채권단 회의 결과와 상관없이 그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금호산업 "0.5% 사용료 내라" 재확인

금호 상표권을 보유한 금호산업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조건으로 △매출액의 0.5%를 사용료로 지불 △20년 사용 △중도 해지 불가 등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이사회에서 결의했던 조건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금호산업 측은 “금호 브랜드와 기업가치 훼손을 막는 최소한의 조건을 아무런 근거 없이 바꿀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호산업이 이 같은 조건을 제시하자 더블스타는 상표권 5년 의무사용 후 15년 추가 사용, 자유로운 해지, 사용 요율 매출액의 0.2%를 내겠다며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금호그룹에 따르면 주요 그룹사들과 비교했을 때 금호타이어라는 브랜드 사용 요율 0.5%는 그다지 높지 않은 수준에 해당한다. 일례로 삼성그룹은 상표권 사용 요율이 0.5% 이상으로 알려져있고,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매출액의 1%가 삼성으로 넘어가고 있다.

아울러 금호타이어도 세계시장에서 10위권의 우량 업체로 더블스타보다 브랜드 가치가 높다는 주장이다. 상용타이어 위주로 생산하고 있는 더블스타의 경우 ‘금호’ 상표권을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히 올라간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 측이 기존 입장을 일관되게 피력하면서 금호타이어 매각이 어긋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관측이다. 

더블스타가 높은 상표권 사용료 부담 때문에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블스타는 앞서 금호산업 이사회가 제안한 조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원안대로 수용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더블스타가 또다시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매각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채권 회수? 경영권 박탈? 채권단 ‘고심’ 

매각이 불발될 위기에 놓인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이날 주주협의회를 열고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매각 성사'를 최우선 순위로 설정한 채권단이 다른 묘수를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이번 거래 무산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리면 금호타이어 채권 회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권·우선매수청구권 박탈 등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아울러 채권단은 이달 말 만기 도래하는 1조3000억원의 차입금 만기 연장을 거부하고 법정관리로 가거나 ‘사전회생계획제도(Pre-Packaged Plan)’ 돌입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법정관리 등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해 금호타이어 대출금리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더블스타와 금호산업 간 상표권 사용 요율 차이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의도에서다.

채권단은 또 더블스타와 매매계약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매각이 성사될 수 있도록 더블스타를 지속적으로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실적인 대안인 매각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스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은 금호산업이 제시한 사용료 재협상 혹은 수용 불가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더블스타는 박 회장이 제시한 요구안대로 상표권 사용 조건으로 2.5배 요율만큼을 지불하겠다는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혔기 때문이다.

금호 결국 ‘법적 대응’ 가나 …매각 무산 위기

채권단의 강경 대응에 대한 박삼구 회장의 셈법도 주목되고 있다. 금호산업 측은 최근 이사회에서 "금호 브랜드와 기업 가치 훼손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산정된 조건을 아무런 근거 없이 변경할 수 없다"고 강경 대응의 뜻을 밝혔다.

박 회장은 채권단의 금호홀딩스 지분 매각 압박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전날 박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호홀딩스 지분 매각을)법적으로 한다면 어떡하겠어. 법적으로 할 수있다면 하겠죠"라고 초강수를 뒀다.

상황이 이렇자 채권단이 매각 흥행을 위해 절차상 하자가 있는 졸속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은 당초 협상의 명목으로 주주협의회에서 금호타이어 5년간 채권 만기 연장 안건을 통과시키지 않고 금호산업의 상표권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 상표권 사용 조건에 대해선 사실상 채권단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만큼 어려운 매각 과정이 향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금호타이어 노조마저도 더블스타에 매각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더블스타에 대해 금호타이어 인수 후보로 부적절하다며 오는 28일 산업은행을 방문해 매각중단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지난 15일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영진과 채권단의 갈등으로 금호타이어 졸속매각이 추진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권을 발동해 사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금호타이어 매각은 더블스타와의 추가 협상이냐 무산이냐의 갈림길에 섰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동안 상표권 사용 불가 입장을 밝힌 박 회장 측이 조건부 허용으로 한발 물러선 만큼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더블스타와의 매각협상 종결일(9월 23일)까지 시간적 여유도 있다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금호그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금호타이어 매각이 불발로 끝날 경우 채권단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아직 협상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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