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위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에 대해 시장경제의 원리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기존 3만원대 요금제에 해당하는 음성 200분과 데이터 1GB를 월 2만원대에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법률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이 요금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관련 전문가들과 이동통신 업계는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으로 자유경쟁 침해 등 논란을 불러 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반면 미래창조과학부는 보편요금제를 사회적 논의, 법률 개정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될 예정이어서 시장경제의 원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달 22일 내년부터 보편요금제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신업계는 "요금제를 획일화시켜 통신업계 간 경쟁을 저해하는 정책"이라며 "이는 소비자 후생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통신요금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뜻"이라며 "이것이 바로 시장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전 세계 어디에서도 정부가 민간 기업에 어떤 상품을 내놓으라고 강요하는 제도는 없다”며 “다른 나라 같으면 위헌 소지가 다분한 법"이라고 덧붙였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소비자와 생산자의 합의 하에 결정된 가격을 법을 통해 강제할 수 없다"며 "법을 제정하듯 가격을 정하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을 통해 가계통신비를 내린다, 올린다'는 말은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며 "그런 논리라면 통신요금 뿐 아니라 라면 값, 지하철 요금, 커피 값도 다 법으로 정해야 하는데 이치에 맞지도 않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도 "법은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역할은 가격을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의 담합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지금의 통신 요금을 예전의 요금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 우리가 지불하는 비용은 통화 요금이라기보다는 데이터 비용인데 그 비용을 지불하느냐 마느냐는 소비자의 몫이지 정부가 보편요금제 같은 것을 만들어 요금을 통제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통신업계도 정부의 보편요금제 추진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편요금제는 요금제를 획일화시켜 통신업계 간 경쟁을 저해하는 정책"이라며 "이는 소비자 후생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경쟁에 의한 통신비 경감은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방향"이라며 "저가 요금제는 지속적으로 경쟁에서 소외돼 온 상황을 일부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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