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올해도 완성차 업계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난항을 겪으면서 '파업 진통'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해외는 물론 내수 판매가 크게 줄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노동조합의 '하투(夏鬪)'가 고조될 것으로 보여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새 정부 기조에 발맞춰 재벌개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금속노조 시위모습/ 사진=연합뉴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노조는 사측을 상대로 파업을 예고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6일 임단협 20차 교섭에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한 노조는 오는 13~14일 전체 조합원 파업 찬반 투표를 할 계획이다.
현대차 노사가 교섭에서 대립하는 지점은 성과급 등 비용성 항목이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월 15만4883원 인상 △성과급 전년도 순이익의 30% 지급 △4차 산업혁명 및 자동차산업발전에 따른 ‘총 고용 보장 합의서’ 체결 등을 요구했다. 기아차도 지난 3일 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하고 파업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차는 노조가 지난 6일 교섭 결렬 이유로 밝힌 일괄 제시안에 대해 “파업 수순을 밟기 위한 절차적 행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현대차는 중국과 미국 등 최대 시장 판매량이 지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이같은 태도를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파업에 돌입하면 6년 연속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난해 노조는 24차례 파업과 12차례 주말 특근 거부로 역대 최대 규모인 3조1000억원 안팎의 생산 차질을 빚은 바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6~7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해 68.4%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최대 열흘 동안의 조정 기간을 거쳐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노조는 최근 임단협에서 군산 디젤엔진 공장을 내년 1월 1일부터 운영하지 않기로 최종 합의 했다. 군산 디젤공장 폐쇄는 국내에서 디젤엔진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현재 군산 디젤공장에서는 한국지엠 디젤엔진의 50% 이상을 생산, 캡티바에 장착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기본급 5만원 인상 △연말까지 성과급 400만원 지급 △협상 타결 즉시 500만원 격려금 지급 등의 협상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이에 더해 8+8 주간 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 시행, 공장별 생산 물량과 차종 확약을 요구하고 있어 사측과 이견을 줄이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노사문제는 단기적인 것일 뿐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지난해까지 각각 2년, 7년 연속 무분규 교섭을 달성했지만 임단협 과정에서 기본급 등 일부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점은 과제로 부각된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기록, 닛산로그 물량 40만대 추가 생산 등 실적에 기여한 점을 들어 기본급 15만원 인상을 주장했고, 쌍용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 11만8000원 인상 등의 조건에 대한 사측의 합의를 요구했다.
이처럼 완성차 업계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단행하겠다는 노조를 향해 따가운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완성차 업계의 실적이 내수점유율 하락 및 해외판매 부진 등으로 인해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파업이 필요하냐는 목소리를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산차 수출량은 132만4710대로, 지난 2009년(93만9726대) 이후 8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 3월 이후 불어닥친 국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으로 판매량이 50%에서 최대 60% 이상까지 급감했다.
올해 완성차 업계는 내수 판매량 역시 부진하다. 상반기 내수 판매량(78만5297대)은 지난해 상반기 81만8115대보다 4% 줄었다. 2014년 이후 3년간 이어지던 국내 완성차 내수 증가세가 3년 만에 다시 꺾였다.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과 내수 판매감소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인데다 노조 파업까지 겹칠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의 위기가 더 가중될 것으로 기업들은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총체적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의 무차별적인 파업은 산업활동을 마비시키고 기업의 부담을 심화시켜 국가 전체를 위기상황에 빠져들게 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동계는 이러한 불법적인 집단행동이 국민적인 경제위기 극복 바람에 역행하는 행위임을 하루빨리 인식하고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