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한 정부의 ‘일방통행’이 이어지면서 이동통신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는 ‘가계통신비 실효적 인하’ 방안이 포함됐다. 새 정부 출범 직후 꾸준히 논란이 됐던 ‘기본료 폐지’나 ‘보편적 요금제 출시’는 빠졌지만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 , ‘선택 약정 할인율 상향’, ‘분리공시제’ 등이 포함되면서 여전히 논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상황이다.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한 정부의 ‘일방통행’이 이어지면서 이동통신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같은 날 진행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는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제’와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통업계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일인 만큼 따를 수 밖에 없지 않냐”면서도 현재 제시된 정책들의 실효성 측면에서는 의문이 든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A 관계자는 “정부가 가격 투명화를 유도하겠다는 목적 아래 제시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와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제’가 실제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가 된다고 해서 이통사들이 지원금을 대폭 상향하는 일은 일어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통신사들은 단말기 지원금을 책정할 때 ‘시장의 경쟁 상황’뿐 아니라 ‘해당 단말의 재고’, ‘통신사의 자금 여력’ 등 다양한 요소를 염두에 두고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단순히 가입자 증가를 위해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한 지원금 출혈 경쟁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또 “정부의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 발표에 따른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 상승이 통신사로서는 가장 큰 부담”이라며 “폐지 이후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구매할 때 자신이 예상한 만큼의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비난의 화살은 모두 통신사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분리공시제에 대해서도 통신사들은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부분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제조사들의 단말기 출고가 인하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 B 관계자는 “분리공시제의 최종 지향점은 ‘통신비 인하’를 넘어 단말기 출고가를 내리는 데 있다”며 “하지만 유통구조의 변화 없이 현재 상황에서 ‘분리공시제’를 추진한다면 실질적 통신비 인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분리공시제는 통신사뿐 아니라 제조사·소비자·유통업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라며 “보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보완 장치 등을 마련한 다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현재 개개인이 내는 전체 통신비에서 절반가량만을 통신사가 가져갈 뿐 나머지는 소비자들이 이용한 서비스에 대한 결제 대금을 ‘수납 대행’해주는 셈이나 다름없다는 것.
실제 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의 전체 요금 중 통신 서비스의 이용 요금 비중은 전체 55% 수준으로 밝혀졌다. 나머지는 소액 결제 같은 부가 서비스 이용료, 단말기 할부금 등이 차지했다.
업계 C 관계자는 “이제는 통신비를 단순히 망 사용료라고 인식하기보다는 고객들이 영화를 보고, 앱을 구매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뒷받침하는 문화 생활비로 여기는 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