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D램 제품 가격 하락 영향
내년에도 HBM에 실적 갈릴듯
[미디어펜=김견희 기자]PC·모바일 수요 침체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이 같은 반도체의 '겨울'이 적어도 내년 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고부가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을 앞세워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 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사진=미디어펜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값)는 각각 78조550억 원, 9조280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에 내놓은 추정치보다 매출액은 5.2%, 영업이익은 29.7% 하락한 금액이다. 

전망치 조정의 이유로는 스마트폰, PC 등 전통적인 IT 수요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범용 D램 공급이 줄어든 데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범용 D램 매출 비중이 높다. 올해 말까지 범용 D램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66% 가량이다.

범용 D램 시장에 제품 공급량이 대폭 늘면서 가격이 30% 가까이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지난 9월부터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저가 범용 D램 물량을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DDR3·4에 이어 DDR5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AI 열풍으로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아직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 점도 실적 조정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HBM3E 양산 및 공급은 기존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내년에도 범용 D램보다 고부가 제품인 HBM 쏠림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시장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는 HBM 매출 비중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 같은 시장 흐름을 감지한 삼성전자도 발빠르게 대처하는 분위기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근원적 사업 체질 강화를 위해 선단·고부가 제품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으며, 선단 제품의 경우 AI와 서버용 고수익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아직 출시 이전인 HBM 제품 경쟁력을 높여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HBM3E 8단, 12단 제품에서 경쟁사와의 시장 진입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차세대 HBM 제품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다.

또 연말 정기 인사에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HBM 개발팀이 속한 메모리사업부를 직할하는 체제로 조직을 재편한 점도 경쟁력 제고를 위한 체제 정비다. 아울러 패키징 설비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충남 천안시 삼성디스플레이 건물을 일부 임차해 반도체 후공정에 해당하는 패키징 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가동은 2027년을 목표로 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역시 수요가 부진한 범용 D램보다 AI 열풍으로 수혜를 입고 있는 HBM 쏠림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HBM 역량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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