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임의 해지 권한을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채권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매각가격 인하 협상도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금호그룹이 상표권 조건을 강화하고 나서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싼 매각 가격 조정 등 각종 현안도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호산업은 산업은행에 발송한 공문에 상표권 사용계약에 대한 채권단 요구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되 몇몇 단서 조항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산업은행은 상표권 사용계약(매출액 0.5%, 사용기간 20년)을 이날까지 체결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금호산업에 보냈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은 △상표권 이미지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으면 사용을 제한한다 △금호타이어 회계장부 열람 요구 시 더블스타는 무조건 협조해야 한다 △금호타이어 미진출 지역의 상표권 사용을 제한한다 등 여러 단서 조항을 달아 채권단에 회신했다.
이날 금호산업이 산은의 제시안과 다른 의견을 제출하면서 또 다시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제안한 수정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서를 박 회장측에서 제시한 조건대로 쓰게 되면 더블스타가 당초 제시한 매각종결을 위한 선결 요건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상표권 이미지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으면 더블스타의 사용을 제한한다는 조건은 어딘가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박 회장이 상표권 등 매각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자금을 동원할 시간을 벌 수 있어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단은 앞서 더블스타가 매각 가격을 경영악화 등의 이유를 근거로 955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해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이 외에도 금호타이어가 방산 사업을 포함하고 있는 회사인 만큼,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더블스타에 매각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해 “방위산업, 지역경제, 국가경쟁력 등 여러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진통이 예상된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더블스타의 매매대금 조정 협상을 단기간에 마무리해 만기 연장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으로서는 박삼구 회장의 지연전략 외에도 정치권에서 중국 기업으로 국내 2위 타이어업체가 팔려나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박 회장이 일단 매각을 불발시키고 차후 다시 인수 기회를 노리는 전략을 펼 경우 매각이 연말까지 끝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