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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당첨자 비율 40%' 때문에 배 아픈 사람이 있다고?

2017-09-12 11:00 | 김병화 부장 | kbh@mediapen.com
[미디어펜=김병화 기자] “예비당첨자(입주자) 비율 40%요? 배 아픈 사람 좀 있을걸요.” (A건설사 관계자)

최근 서울 인기 분양단지를 중심으로 예비당첨자 비율이 20%에서 40%로 늘어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나온 얘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에 나선 신반포센트럴자이는 청약 접수 전날인 지난 5일 예비당첨자 비율을 20%에서 40%로 늘리는 내용으로 입주자 모집공고가 정정됐다.

분양 승인권자인 서초구청이 예비당첨자 비율을 40%로 늘릴 것을 요청했고, 시공사인 GS건설이 이를 받아들여 정정공고를 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대규모 택지개발의 경우 예비당첨자 비율을 40% 이상, 나머지 지역은 30% 이상으로 책정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청약에 들어간 개포동 ‘래미안강남포레스트’와  중랑구 면목동 ‘한양수자인사가정파크’, 구로구 항동지구 ‘한양수자인와이즈파크’,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 ‘다산자이 아이비플레이스’도 예비당첨자 비율이 모두 40%로 책정되는 등 바야흐로 예비당첨자 비율 40% 시대다.

예비당첨이란 말 그대로 청약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했거나 당첨이 됐지만 부적격자로 처리돼 당첨이 취소됐을 경우 우선적으로 입주 자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분양한 신반포센트럴자이는 청약 접수 전날인 지난 5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정정, '예비당첨자 비율 40%'를 최초로 적용했다.


◇일반분양 물량의 20% 이상 예비입주자 선정해야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제26조)에 따르면 입주자를 선정하는 경우 일반공급 대상 주택수의 20% 이상 예비당첨자를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일반공급 물량이 1000가구라면 200가구의 예비당첨자를 선정해야 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규정하는 예비당첨자 계약 이후 발생하는 미계약분은 건설사 등 사업주체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 예비당첨자들을 대상으로 공급하거나 자체 보유분으로 남겨둘 수도 있다.

예비당첨자 비율이 높아지면 실수요자들의 당첨 기회가 늘어나고 건설사 등 사업주 입장에서는 미분양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확실한 프리미엄(웃돈)이 보장되는 인기 단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기 단지의 경우 부적격 당첨자 물량을 예비당첨자들을 대상으로 분양한 뒤, 남은 물량을 다시 임의로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 바, 돈 되는 아파트를 처분할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다.

B건설사 한 관계자는 “예비당첨자까지 (당첨 기회가) 넘어간다는 것은 인기 분양 단지라는 것인데, 사업주체 입장에서 굳이 예비당첨자 비율을 늘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계약까지 분위기를 더 끌어 올려야겠다고 판단되거나,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분양 전략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추가 공급을 할 수 있다”면서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고 청약통장도 필요 없는 알짜 미계약분은 임‧직원이나 VIP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사업주체 입장에서 보다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짜 미계약 물량은 사업주의 몫?

사업주체들이 기다리는 알짜(?) 미계약분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예로 지난해 말 서초구 잠원동에서 분양한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는 부적격자 당첨 비율이 30%에 달했고, 예비당첨자 비율은 20%였다. 최소 10% 이상이 미계약분으로 돌아간 것이다.

C건설사 관계자는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처럼 부적격자 비율이 높지 않더라도 예비당첨자 계약에서도 부적격이 많다”며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 신반포센트럴자이, 래미안강남포레스트 등 인기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미계약분은 대부분 사업주체인 조합에서 처분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계약분을 처분하는 사업주체는 시행사는 물론 건설사가 될 수 있고(시행과 시공을 함께하는 경우), 조합(재건축 사업의 경우)이 될 수도 있다”며 “주거의 수단으로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 아파트를 실수요자들에게 보다 많이 공급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예비당첨자 비율을 더 높이고 투명하게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예비당첨자 비율을 높이고, 선정방식도 일반청약과 마찬가지로 가점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미디어펜=김병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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