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의 정치인의 사익(私益)추구 행위특강(9)
본 코너에서는 ‘정치인들의 사익(私益)추구 행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나쁜 민주주의: 정치인·관료들은 왜 사익만 추구하는가?』 (이몬 버틀러 저, 이성규·김행범 옮김, 북코리아, 2012년)를 연속적으로 게재하기로 한다. [편집자주]
◆ “대규모 조직의 경우 무임승차자 문제가 발생함”.
◆ “소수자들은 연합을 결성하며, 특히 ‘최소 승리 연합‘을 결성하려 한다”.
◆ “대의민주주의제 하에서 침묵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조직화된 연합들이 부과하는 각종 규제와 높은 세금에 직면하게 된다”.
제4장 소수자들에 의한 폭정(계속)
▲ 이성규 국립안동대 무역학과 교수
■ 조직의 문제들과 대규모 조직에 있어서의 ‘무임승차자’ 문제
아주 소규모적인 이익집단들에 소속되어 있는 회원들은 서로들 간에 매우 유사한 이익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 결과 이들을 조직화(이익집단을 결성)하는 일은 아주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들 이익집단들에는 아주 소수의 회원들만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행정적 지원과 홍보 관련 전문지식을 얻는데 필요한 충분한 활동(캠페인)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이들은 조달된 막대한 자금을 이용하여 효과적으로 로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
반면에 대규모 집단들은 자금을 조달하고 활동가들을 이끌어내기 위한 많은 회원들의 풀(pool)을 확보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으로 ‘무임승차’(free riding) 문제가 발생한다. 무임승차 문제는 집단의 크기가 클수록 더 커진다. 즉, 대규모 집단에 소속된 회원들은 로비자금 납부와 캠페인 활동업무를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하지 않고 다른 사람(회원)들에게 떠넘기려 할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당해 집단의 로비활동이 성공한다면 그 집단에 소속된 모든 회원들은 자신들이 로비활동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했건, 또는 전혀 기여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공짜로 로비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대규모 집단들은 이와 같이 고질적인 ‘무임승차자’(free rider)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 이익집단들은 만약 그들의 로비활동의 혜택(이익)들을 그들의 회원들에게만 제한할 수 있다면 이러한 무임승차자 문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 직업단체들, 노동조합들, 생산자 단체들, 기타 이익단체들은 그들의 회원들에게만 특별한 혜택을 주기 위하여 정치인들에게 기부금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을 포섭하여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정치인들에 대해 캠페인 기부금을 기꺼이 제공한다. 또한 이러한 정치적 과정으로부터 획득하는 미래의 혜택들 - 예를 들면, 독점권, 세제혜택 등 - 은 승인된 특정 이익집단들에게만 허용된다.
예를 들면, 의사들과 변호사들은 정부의 면허제도로부터 혜택을 얻는다. 면허제도는 의사와 변호사들에게 그들의 수를 제한하고,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또 무자격 경쟁자들이 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소수자들간의 연합 결성: 집단의 크기는 어느 정도가 좋은가?
비록 소규모 집단들이 대규모 집단들보다 조직화하기 더 쉽지만 일부 영향력 있는 대중들(critical mass)은 여전히 정치적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대의(代議)민주주의 제도에서 그러한 대중들의 수는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뷰캐넌(Buchanan)과 털럭(Tullock)은 무관심하고 조직화되지 않은 다수자들을 지배하는 데 필요한 집단의 수를 계산한 바 있다. 그들은 어느 한 대규모 선거구에서 무관심하고 조직화되지 않은 다수자들을 지배하는 데 1/4(=25%)을 약간 초과하는 투표자들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계산하였다.
다시 말하면, 뷰캐넌과 털럭은 대규모 선거구에서 어느 한 집단이 1/4을 약간 초과하는 투표자들만 결집할 수 있다면 이 집단은 무관심하고 조직화되지 않은 다수자들을 지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면, 어느 국가에 100개의 선거구(지역구)가 있고, 각 지역구에는 10,000명의 유권자들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이 경우 총 유권자 수는 1,000,000명이 된다.)
이제 이 국가의 의회에서 집권 다수당이 되려면 어떤 정당 또는 이익집단은 ‘단순 다수결’의 경우 각 지역구에 5,001명의 투표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으면 되고, 그 결과 의석 면에서는 51석을 확보하여 단순 다수결 조건을 충족시키게 된다.(이 경우에 총 유권자수 면에서 ‘단순 다수결’이 충족되려면 500,100명의 투표자들로부터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뷰캐넌과 털럭의 계산에 따르면 이 국가의 총 유권자 수가 1,000,000명이기 때문에 어떤 정당 또는 이익집단이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총 투표자들 중에서 25%를 약간 상회하는 투표자들로부터의 지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어떤 정당 또는 이익집단은 총 투표자들이 1,000,000명이더라도 선거에서 승리하여 집권당이 되려면 255,051명(=25.5051%)의 투표자들로부터 지지만 얻으면 된다.(이를 단순 다수결의 경우인 500,100명과 비교해 보면 훨씬 더 적은 숫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이익집단들은 그렇게 많은 회원들을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이익집단들은 승리에 필요한 투표자 수를 그렇게 분명하고 상세하게 계산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수고롭게 투표에 참가하지 않거나, 또 그들의 투표가 후보자들 간에 균등하게 분할된다면 이보다 훨씬 더 적은 수의 소수자들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소수자들이 그들의 투표 영향력을 증가시켜 대의민주주의 제도에서 그들의 지배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다른 소수자들과 연합(coalition; 또는 연립)을 결성하는 것이다. 즉, 공개적으로 천명된 각자의 정치적 입장을 공유하는 소수자들 간에 또는 각자의 대의명분을 지지하려 하는 소수자들 간에 서로 연합을 결성할 수 있다.
이러한 연합 결성이 정확히 어떻게 작동되는지는 선거 제도의 특성에 달려있다. 이는 ‘국민들의 의사를 결정하는 제도’가 중요하다는 또 다른 경우에 해당된다. 앞에서 언급한 FPTP(First-Past-The-Post) 제도는 일반적으로 선거 전에 연합을 결성하도록 한다. 이 경우에 연합은 다음 세 가지 방식으로 결성될 수 있다. 첫째, 이해당사자인 개인들과 집단들이 그들의 의견 차이를 포기하고 그들 중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정당에 통합하는 방법이 있다.
둘째, 소수 정당들이 그들의 의견 차이를 포기하고 현직자들에게 도전하기에 충분할 만한 대규모 동맹을 결성하는 방법이 있다. 셋째, 투표자들로부터의 전략적 투표 기회를 이용하기 위하여 통합이나 동맹 없이 단순히 선거협정(electoral pact)만 체결하고, 자신들의 협정 파트너들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들에서는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대륙 유럽국들과 비례대표제와 다당제(multi-party)를 채택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서 정치적 연합들은 의회 내에서 선거 이후에 더 많이 결성되는 경향이 있다. 일단 선거 결과가 발표되고 여러 정당들의 득표수가 공개되면 정당의 고위 관리자(관계자)들은 의회 내 다수당을 결성하는 데 필요한 의석수(또는 의원 수)를 계산할 수 있고, 또 어느 동맹 파트너가 최상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라이커(William H. Riker) 교수는 이와 관련된 여러 이슈들에 관해 심도 있게 연구하였으며, 그 결과 연합과 관련된 여러 특징들을 설명하였다. 예를 들면, ‘거대 연합들’(grand coalition; 대연정(大聯政))이 왜 오래 가지 못하는지에 대해 설명하였다. ‘거대 연합들’이란 연합에 많은 다른 정당들과 이익집단들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라이커 교수를 뒤이어 많은 경제학자들은 그러한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해 더욱 정교한 게임이론을 적용하여 여러 흥미 있는 결과들을 도출하였다.
■ 연합들의 행위
물론 두 가지 주요 질문들은 우선, “어느 정당들이 연합을 결성하려 하는가?”, 다음으로 “하나의 연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이다. 라이커(W. H. Riker) 교수는 여러 이익집단들이 ‘부적당한 순간’에 와해되는 대규모 연합들보다는 “최소 승리 연합”(minimum winning coalition)을 결성하는 것이 최적 전략이라고 결론지었다. ‘최소 승리 연합’(MWC)이란 한편으로는 의제(agenda)를 지배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큰 연합을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의 안정을 깨트릴 정도로 너무 커서는 안 되는 연합을 말한다.
라이커 교수의 이러한 이론(즉, 최소 승리 연합)은 다른 이론들과 마찬가지로 겉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 따르면 다당제를 채택하고 있는 여러 유럽 국가들에서 2차 대전 이후에 출현한 정부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최소 승리 연합이 결성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이 이론은 유럽과 다른 나라들에서 종종 나타나는 ‘소수당 정부들’(minority governments)의 존재에 대해서도 거의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사회학자이자 연합 관련 전문가인 피터 반 루젠달(Peter van Roozendaal) 교수는 소수당 정부의 존재와 관련하여 더 잘 설명하고 있다. 피터 반 루젠달 교수의 견해에 따르면 소규모 정당들이 정치적 스펙트럼 상 반대쪽에 있는 다른 소규모 정당들과 동맹을 맺는 것보다 ‘중심적인 정당들’과 동맹을 체결하는 것이 더 쉽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어떤 대규모의 중심적인 정당은 연합을 결성하는데 ‘중추적인’(pivotal) 지위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우위(즉, 중추적 지위)를 이용하여 ‘대규모의 중심 정당’은 독자 노선을 유지하면서 하나의 소수당 정부를 결성하려 할 것이다. 그 결과, 다른 소규모 정당들부터 지지가 필요할 때면 그들과 자유롭게 동맹을 맺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소수당 정부들은 오래 가지 못하고 단명에 그치지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현실에서의 정치는 ‘단순하고 1차원적인 단일 정점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여론은 단일 눈금을 가진 저울 위의 어떤 한 점(즉, 중간점)에 모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이슈들은 종종 다(多)차원적(multi-dimensional; 이슈가 여러 개인 경우)이고 복수의 정점(multi-peaked)을 가진다. 다시 말하면, 현실 정치에서는 여러 개의 복잡하고, 상호 관련되어 있고, 또 변화하는 이슈들을 가지고 있다. 이 경우에는 여론이 하나로 집중되지 않고 여러 개로 분열된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연합(stable coalition)을 유지하기가 훨씬 더 어렵게 된다.
■ 연합에서 투표거래로 발전
공공선택이론과 게임이론은 ‘연합들’과 관련하여 여러 흥미 있는 통찰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첫째, 두 이론은 사회적 이동성이 높을 때 연합들은 덜 영속적이라는 결과를 제시해 주고 있다. 둘째, 영속적인 사회적 분열이 존재한다면 연합들이 결성되어 그것에 의지해서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셋째, 만약 사회적 상황들이 변한다면 연합 결성을 위한 확고한 토대가 감소할 것이다.
또한 두 이론에 의하면 유권자들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연합들은 결성·유지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두 이론과 현실에서의 관찰에 따르면 좀 더 균질적인(동질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안정적인 연합들’을 결성하기 훨씬 더 쉽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결과들과 통찰력들은 “왜 소규모적이고, 사회적으로 보수적이고, 동질적인 국가들 - 예를 들면,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는 국가들(즉, 북유럽 국가들인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 이 대규모적이고, 유동적이고, 인종적으로 다양한 국가들의 경우보다 더 안정된 정치제도를 영위하고 있는지”를 설명해 주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침묵하는 다수의 사람들’(silent majority)이 대의민주제에서 ‘소수자들에 의한 폭정’에 직면해서 어느 정도까지 침묵을 지킬 것인가? 결국, 침묵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조직화된 연합들이 자신들에게 부과하는 각종 규제와 높은 세금의 형태로 커다란 부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들은 조직화된 연합들에 의한 로비활동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사회적 비용의 일부도 부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여러 부담들 하에서 침묵하는 다수자들은 언제까지 침묵만 지킬 것인가?
그러나 슬프게도 소비자들과 납세자들은 ‘실질적인 정치적 세력’(political force)으로 거의 조직화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은 정부 프로그램들의 증가, 정치적으로 활동하는 압력단체들의 급증, 로비산업의 팽창 등과 함께 결합하여 “다수의 침묵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해 준다.
(출처: 『나쁜 민주주의: 정치인·관료들은 왜 사익만 추구하는가?』 (이몬 버틀러 저, 이성규·김행범 옮김, 북코리아, 2012년)/이성규 국립안동대 무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