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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기획'동행'-블랙컨슈머⑩]생트집에 몸살 앓는 자동차업계

2017-10-13 11:15 | 최주영 기자 | jyc@mediapen.com
[미디어펜=최주영 기자]#A씨는 자동차 크롬 휠의 설계 잘못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언론에 제보하겠다면서 제조사에 5억원의 돈을 요구했다. 조사 결과, 하루 중 햇볕이 가장 강렬한 시간에 일정 높이에서 크롬휠 앞 30㎝ 거리에 인화물질이 있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제조사는 수십번 실랑이를 벌인 끝에 고객의 차량을 교환해주는 쪽으로 마무리했다.

#B씨는 상용차를 출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센터페시아 부분에 작은 흠집을 발견하고 제조사에 피해보상금 1000만원을 요구했다. 확인 결과, 특장업체에서 커버를 바닥에 내려놓고 작업하던 중 생긴 흠집이었으며, 100만원 이하의 비용이 발생하는 건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는 보상금액에 합의할 수 없다며 회사 대표를 찾아가 따지겠다고 엄포를 놨다. 결국 제조사는 500여만원(현금 250만원·부품 200만원 상당)을 보상하는 조건으로 조용히 합의를 끝냈다.

이 두 사건은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블랙컨슈머 사례로 회자된다.

닛산 차량의 '사고수리 지원 서비스' 실시 모습 /한국닛산 제공



업종을 가리지 않고 생트집을 잡아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가 완성차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블랙컨슈머는 불평·불만으로 시작해 잦은 반품과 고발, 뒷돈 및 보상 요구로 생산·유통업체들을 괴롭히는 소비자들을 말한다. 

이들은 자동차에 대한 엉뚱한 정보를 온라인상에 올려 업체를 비방하거나 있지도 않은 하자를 만들어 차량 교환을 요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타인의 힘' 무기로 삼는 블랙컨슈머

블랙컨슈머들은 상품이나 서비스 하자를 공식적인 문제 제기 창구인 소비자 관련 기관을 거치지 않고, 해당 기업에 직접 보상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유형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 포털에 게시하거나 언론에 제보를 해 이를 빌미로 기업에 뒷거래를 요구하는 경우다.

일부 블랙컨슈머들은 이 과정에서 자기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양한 전법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보운전자인 A씨는 5개월된 신차를 타고 내리막길을 가던 중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아 사고가 났다며 당시 동영상을 유튜브, 페이스북에 올려 회사를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회사 차량사고조사팀이 브레이크 조작 미숙'으로 사고 원인에 대한 판단을 내렸지만 소비자는 "자동차 회사가 소비자를 죽인다"며 2차 동영상을 올렸다. 기업을 상대로 자신의 요구를 점점 관철시키면서 압박 수위를 높인 사례에 해당한다.

또 자차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만 제기를 하는 경우가 과반수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자동차사고조사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고 차량에 자차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경우 손쉽게 백만원 이상의 수리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해 차량 결함을 이유로 드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한 여성 운전자가 시동이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차가 급발진후 범퍼가 파손됐다며 무상 수리를 요구했다. 소비자원이 직접 조사에 나선 결과 운전자가 시동을 건 사실조차 없었다. 결국 고액의 수리비가 발생하게 되자 자동차 회사에 결함을 빙자하여 무상 수리를 요구한 것이다.

'고객관리' 명분보다 원칙 따라야 피해 없어

완성차 업계는 블랙컨슈머가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배경으로 고객 불만에 대해 기업들이 명확한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 않은 점을 문제로 꼽는다.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할 당시 초기 대응을 확실하게 하지 못했고 마땅한 원칙이 마련돼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초법원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번 비슷한 유형의 이의제기에 대해 회사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다보니 오히려 소비자가 이런 헛점을 이용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자동차회사도 차에 이상이 없을 경우 구체적 명분 없이 보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자동차보상 전문가는 "소비자가 SNS 등에 민원글을 올려 기업이미지를 훼손할까봐 우려돼 '고객관리 차원'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며 "오히려 명확한 잣대를 들이대면 소비자가 스스로 자신의 불합리한 행태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한 자동차회사는 인터넷에 비방글을 유포하고 이를 언론에 제보하는 소비자에게 원칙적으로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소비자가 더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부품교체비용을 부담한 경우도 많다. 또 자동차회사 전산망이나 온라인 사이트 등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게시하는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특정 대리점을 찾아 개인적으로 느낀 불만 사항을 혼자 해결하지 않고 인터넷에 당사자 실명을 거론해가며 비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소비자과실을 차량 결함이라고 주장하며 무상 수리를 요구하는 정도가 지나칠 경우 업무방해죄에 해당된다. 온라인상에 올린 허위 내용에 대해서도 피해 당사자가 삭제를 요구했음에도 이를 거부할 경우 민법상 불법행위 내용에 해당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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