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미국으로 수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표결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사 모두 상황에 따른 대응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 발생 우려가 있다고 판단, 수입국이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가할 수 있는 무역 규제 중 하나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훤회(ITC)는 오는 21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로 미국 가전 업체가 입은 피해에 대한 구제조치 방법 및 수준을 결정한다. 세이프가드가 확정되면 약 1조1000억원에 달하는 미국 세탁기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된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가 지난 달 11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의에서 열린 미국발 세탁기 세이프가드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결과를 기다리며 상황에 따른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단행한 임원인사를 통해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FTA 협상을 이끈 김원경 북미총괄 대외협력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부사장은 세이프가드 시행 등에 대한 대응 역할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외교관 출신 1호 미국 변호사인 그는 삼성전자에 전무로 입사한 후 미국 워싱턴 사무소에 근무하며 애플과의 소송에 대한 법률 대응을 맡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통상 압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김 부사장이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도 세이프가드 결과 대응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송대현 LG전자 H&A 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 6일 창원R&D센터에서 가진 간담회를 통해 "세이프가드 결과에 대해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여러 경우의 수에 대해 내부 시나리오를 갖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앞서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미국 세이프가드 발동과 관련해 생산지 재조정 등 일시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선행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학계에서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 움직임에 대해 수입품을 제한한다고 해서 자국의 제품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며 "세이프가드는 자유무의주의를 내제 하면서도 자국의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게 정부가 이용할 수 있는 대응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월풀이 만든 세탁기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에 밀린 것은 그들의 세탁기가 경쟁력이 없어졌다는 것"이라며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을 받도록 노력해야지 타국의 상품을 배제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세이프가드는 한국 세탁기가 실제로 미국 세탁기 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는지 아닌지의 여부가 중요하다"며 "월풀은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우리는 아니라고 하고 있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한국산 세탁기가 조금 더 잘 팔린다고 해서 산업에 피해가 왔다고 주장하는 것은 증거가 부족해 보인다"며 "앞으로도 정부와 업계는 미국 세탁기 산업이 한국산 세탁기 때문에 피해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