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세이프가드 권고안에 '유감'을 표했다.
ITC는 21일(현지시간) 양사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3년 동안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수입물량에 50%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 권고안을 마련했다.
앞서 미국 가전업체 월풀은 ITC에 모든 한국산 세탁기에 50%의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45만대를 넘는 물량에만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맞서왔다.
양사가 연간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세탁기는 200만대 이상으로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형 가정용 세탁기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은 월풀이 38%로 가장 높고, 이어 삼성(16%), LG(13%) 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권고안은 내년부터 미국 현지 공장인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세탁기를 생산하는 만큼 과도한 수입제한조치가 필요 없다는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의 주장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ITC 권고안에 대해 "소비자와 유통업체, 일자리까지 부당한 영향을 줄 월풀의 관세 제안을 적절하게 거부했다"고 안심하면서도 "어떤 형태의 관세든 이는 제품 가격을 인상시키고 소비자의 제품 선택의 폭을 좁힐 뿐 아니라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의 일자리 창출까지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내년 1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의 제품 생산을 준비하고자 이미 350명을 고용했고 연말까지 150명을 추가로 고용할 예정"이라며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의 노동자에게 해가 될 수 있거나 미국인이 미국인을 위해 만든 혁신적 세탁기를 제공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어떤 형태의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라며 "최종 결정을 하게 될 미국 정부가 미국 소비자와 유통뿐만 아니라 가전산업 전반을 고려해 현명한 선택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권고안대로 세이프가드가 발효될 경우를 대비해 건설 중인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의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등 세이프가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다만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는 생산능력을 감안해 현재 수준의 물동을 유지하게 되며, 추가적으로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국 정부는 물론 다른 국가 정부, 미국에 세탁기를 수출하는 다른 기업들과도 협력해 공동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현지시간 8월 24일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열린 LG전자 세탁기 생산공장 착공에 참석해 LG전자의 세탁기 공장 착공을 축하하고 있다./사진=LG전자 제공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강성천 통상차관보 주재로 외교부 수입규재대책반과 삼성전자, LG전자와 대책회의를 연다.
산업부는 ITC의 권고안이 시행될 시 업계에 미치는 수출 차질 영향 등을 분석, 세이프가드 시행을 피할 수 없을 경우 이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권고안이 채택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저율관세할당 물량이 삼성과 LG가 제안한 145만대보다 부족한 점에 착안해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할당 내 물량에 대해 20% 관세를 부과할 경우 가격 부담이 어느 정도 될지 등을 업계와 논의할 예정이다.
또 부품에 대한 저율관세할당이 삼성과 LG가 건설 중인 미국 현지 공장 운영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부품은 세이프가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현지 공장 운영에 필요한 부품 조달에 차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ITC는 다음달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제출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60일 이내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 구제조치를 수락할 경우 16년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하는 것이 된다.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 철강제품에 8~30%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산업부는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시행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여부 등을 분석, WTO 제소를 검토할 방침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