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청와대가 26일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답변을 발표, "2010년 이후 중단됐던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내년부터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사실상 제도 개선의 방향에서 낙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낙태죄 위헌법률심판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와 SNS에 올린 ‘친철한 청와대’란 동영상을 통해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해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재도 낙태죄 위헌법률심판을 다루고 있어 새로운 공론의 장이 열리고 사회적ㆍ법적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은 ‘임신중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지난 헌재의 낙태와 관련한 심판이 합헌 대 위헌이 4대4로 팽팽했던 사실을 거론하면서 "합헌 결정이 났던 2012년 헌재 심판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소중한 권리로 판단했지만 처벌강화 위주의 정책으로 임신중절 음성화 야기, 불법시술 양산, 고비용 시술비 부담, 해외 원정 시술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이 완전히 빠져 있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과 건강권 침해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이어 각종 통계 수치를 인용하며 낙태금지로 인한 부작용을 설명했다. 조 수석에 따르면 2010년 조사 기준으로 임신중절 추정 건수는 한 해 16만9000건에 달하지만, 합법 시술은 6%에 불과하며 임신중절로 인해 실제 기소되는 규모는 한 해 10여 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조 수석은 5년 주기로 진행되다가 2010년에 중단된 임신중절 실태조사의 재개를 제시했다.
조 수석은 특히 "교제한 남성과 헤어진 후 임신을 발견한 경우, 별거 또는 이혼소송 중에 법적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발견한 경우, 실직ㆍ투병 등으로 양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임신을 발견한 경우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조 수석은 “이런 경우 현재 임신중절을 하면 범죄인데, 이번 청원을 계기로 우리사회도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중 30일간 20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는 경우 각 부처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등이 30일 이내 공식 답변을 내놓고 있다.
오늘 조 수석의 답변은 지난달 29일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도입이 필요하다는 청원에 대한 추천인이 20만명을 넘어선 이후 28일만에 나온 것으로 소년법 개정 청원에 이어 두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