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해정 기자]과학기술통신부가 지난 10일 저소득층의 이동통신요금을 매월 1만1000원 추가 감면한다고 밝힌 가운데 감면 비용 전액을 통신업체들이 부담하면서 복지 정책비용을 민간 사업자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복수의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과 관련 "통신 복지비용 전체를 이동통신사가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통신사들의 부담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 로고가 적힌 표지판을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통 3사는 정부가 추진중인 취약계층 월 1만1000원의 통신비 감면 혜택을 줄 경우 최소 80만명이 공짜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 저소득층 261만명에게 통신요금 감면 4041억원을 지원했다. 이후 정부는 추가 감면 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통신비 감면 확대방안을 두고 통신업체 측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며 반박한 바 있다.
저소득층 대상 이동통신요금 추가 감면액은 오는 22일부터 1만1000원 늘면서 최대 감면액은 3만3500원까지 상향된다. 생계, 의료급여수급자의 경우 매월 이동통신요금 감면액이 기존 2만2500원에서 3만3500원으로 확대된다. 이통 3사의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액이 3·4분기 기준 3만5137원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공짜 요금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통신비 추가 감면 정책이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고 고용지표 악화 등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복지정책을 민간기업의 재원으로 강제 부담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주거·교육급여수급자와 차상위계층도 기본 감면액 1만1000원이 신설돼 월 최대 감면액이 2만1500원으로 상향된다.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는 월 최대 1만1000원의 요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통사들은 또 '0원' 고객들의 회선 역시 이통사가 국가에 연간 8000원의 전파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16일 저소득층의 이동전화 요금을 깎아주는 내용의 고시(‘보편적 역무손실보전금 산정방법 등에 관한 기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통신비 절감대책' 중 취약계층 요금감면 확대 방안의 일환으로 시행된다.
KT는 현재 정부의 장애인·저소득층 통신요금 감면제도에 따라 다른 통신사와 함께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기본료와 통화료를 각각 35%(총 3만3000원한도) 감면받도록 하고 있다.
취약계층에는 장애인, 국가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조정수당지급대상자, 독립유공자유족, 광주민주운동 유공자 중 광주 민주화 운동 부상자 등이 해당된다.
또 장애인, 장애인단체 및 장애인 복지 시설, 장애인 특수학교, 애국지사, 국가유공상이자, 아동복지시설, 광주민주운동 유공자 중 광주 민주화 운동 부상자는 각각 통화료 50%, 독립유공자 유족은 통화료 30%를 감면받는다.
이미 감면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 약 85만명은 별도의 신청 없이 22일부터 확대 개편된 요금감면을 적용받는다.
정부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저소득층 요금 감면자 수가 지금보다 51만명 많은 약 136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미디어펜=이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