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 잇달아 혁신 거점을 세우고 있어 주목된다.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보다는 세수 혜택, 인재 확보, 금융지원 등 다양한 우대정책을 누리려는 긍정적 요소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중국에 '오픈 이노베이션센터'를 설립한다. 현대차그룹 내 전략기술본부가 운영할 예정이며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구축한다.
(왼쪽부터) 현대차그룹 중국 유한공사 이혁준 상무, 왕수복 부사장, 차량지능화사업부장 황승호 부사장, 구이저우성 루용정 부성장, 구이저우성 구이안신구 왕춘레이 서기, 구이저우성 상무청 마레이 부청장, 차이나 유니콤 신커두어 부총경리/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의 베이징 센터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중국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현지 대형 정보통신(ICT) 기업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혁신 거점이 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는 이공계열 인재가 많고 이과 대졸자가 미국, 일본, 독일을 합친 숫자보다 많기 때문에 연구기지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시에 '빅데이터센터'를 개소한 바 있다. 빅데이터센터는 ICT 기업들과 커넥티드카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을 연구하고 있어 베이징 센터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일찌감치 중국에 R&D센터를 설립했다. 2008년 이전 GM·폭스바겐·아우디·포드를 시작으로 2011년부터 다임러·도요타·닛산·볼보 등으로 중국에 연구개발 센터를 잇따라 건축했다.
토요타는 지난 2013년 전 세계 최대 R&D센터를 중국 창수에 건립했다. 총 투자액만 6억8900만 달러로 알려진 이 센터는 핵심부품 및 신에너지자동차 국산화 기술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BMW는 상하이에 독자 설립한 중국기술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폭스바겐은 오는 25일 '중국 베이징 미래 R&D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현재까지 세 차례 중국 브랜드 기업과 합작을 체결했고 현지 공장 등을 활용해 전기차 개발 및 양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자동차그룹 지리(Geely)를 모회사로 두고있는 볼보자동차는 내년에 고성능차 폴스타를 전용으로 생산하는 '폴스타 프로덕션 센터'를 설립한다.
대중국 외국인직접투자 증가율 추이 /사진=중국 상무부 및 코트라 제공
완성차 업계의 중국 연구센터 설립은 중국 정부의 토지, 금융, 세금 등 각종 우대정책 혜택을 누리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토종 브랜드 자동차뿐만 아니라 합자기업이 개발한 브랜드에 대해서도 과학 연구성과가 인정될 경우 세수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기업소득세 제30조와 실시조례 제95조에 따르묜 중국은 신기술, 신제품 등으로 인해 발생한 연구개발 비용에 대해 실제 비용의 150%를 공제한 후 세금을 징수한다. 국가가 중점 지원하는 하이테크기술 기업에 대해 기업소득세를 15%로 감면해 주고 있다.
중국 자동차산업의 정책규정에 따르면 해외기업은 중국에서 최대 두 개 중국기업과 합자기업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술이전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 우려 등 여러 위험 요소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업체들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잡아야 시장수요를 선점할 수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임러 그룹 중화권 사업부 CEO인 후버투스 트로스카는 “현재로선 중국은 가장 멋지고 매력적인 자동차 시장”이라며 "기술유출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 중국 지사 CEO 요셉 하이즈만은 "우리는 그들과 함께 배우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고, 매트 첸 GM 중국 지사 CEO도 "중국과 공유해야 하는 지적 재산권의 규모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완성차업계는 중국 내 자동차 핵심 거점을 계속 늘려가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가 중국에 거점을 늘리는 이유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완화, 세수 혜택 때문일 것"이라며 "신에너지 자동차에 대한 해외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