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경영권 분쟁 기자회견 당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부회장(가운데)과 민유성 나무코프 대표(왼쪽)./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민유성 현 나무코프 대표(전 산업은행장)가 100억원대의 소송전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15년 롯데 형제간 경영권 분쟁 당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사이', '한국에서 그를(신동주) 도와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부탁을 받고 돕고 있다"고 외부에 알린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철저히 '각본'에 의해 움직인 '계약관계'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롯데를 혼란에 빠트리고 13만 명의 롯데 직원들을 불안하게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3일 법원과 재계 등에 따르면 민 대표는 지난해 8월 자문 계약 해지를 통보한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못 받은 14개월 치 자문료(107억8000만원)를 달라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민 대표는 이미 총 182억원대의 자문료를 지급받은 상태이다. 민 대표는 월 8억원대의 자문료를 신 전 부회장에게서 받은 것이다. 재계 안팎에서 '고액 자문료'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 대표 측은 2015년 1차 계약으로 월 8억8000만원씩 1년 동안 105억6000만원을 지급 받았다. 이후 계약기간 2년, 월 자문료 7억7000만원의 2차 계약을 맺고 10개월 치 자문료(77억원)를 추가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2015년 롯데 경영권 분쟁 당시 SDJ코퍼레이션 고문을 맡아, '롯데 흔들기'를 진두지휘했다.
민 대표는 당시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신 전 부회장과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사이로 한국에서 그를 도와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부탁을 받고 돕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이들은 54년생 동갑이기도 했다.
또한 "롯데 경영권 분쟁은 단순한 형제간 싸움이 아닌 일본 롯데홀딩스의 스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 CFO 등이 동생(신동빈 회장)과 야합해 벌인 일"이라며 롯데의 지배구조 등을 외부에 알려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소송으로 이들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사이'가 아닌 '계약관계'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SDJ코퍼레이션의 소송 변호사와 홍보, 신격호 총괄회장의 비서진들도 모두 민 대표 측근들로 채워졌다.
민 대표와 신 전 부회장이 맺은 계약서에는 '프로젝트 L'이라는 게 있었으며 '롯데그룹의 국부 유출, 비리 행위 등을 찾아내 신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 경영권에서 배제시키는 것'으로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롯데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논란이 커졌고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를 잃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이 최근 뇌물공여혐의로 구속된 것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를 되찾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지난 13일 1심 선고에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건넨 혐으로 명시적 청탁이 아닌 묵시적 청탁에 의해 3자 뇌물로 받아 들여졌다. 결국 경영권 분쟁만 터지지 않았다면 신 회장이 구속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를 위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명분 없는 위기론을 조장해 롯데에 피해를 주는 것은 해사 행위라고 볼 수 있다"며 "롯데는 13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생존이 걸려있는 일터이며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30만명이 넘는데 그들의 생존 일터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진흙탕으로 만든 것은 분명 비판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 역시 "신동주 측이 롯데를 상대로 벌여왔던 싸움이 정말 명분이 있기나 한 건지 의문이 든다"며 "더 이상 몸이 불편한 신격호 총괄회장과 구속 중인 신동빈 회장을 생각해서라도 한국 특히 일본에서 분란 작업은 그만두는 게 더 이상 자신과 롯데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롯데지주 출범을 앞두고 자신이 보유한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등의 지분을 거의 처분해 약 7400억원의 현금을 챙겼다. 지분을 처분해 현금을 챙긴 행위 역시 롯데를 위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우선한 것이라고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를 위하고 롯데 경영에 복귀하고 싶어 하는 인물이 지분을 그렇게 다 파는 것은 롯데의 주주들을 생각하지 않고 주주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종의 해사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