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검찰이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헌정사에 오점"이라며 징역 30년·벌금 1185억 원을 구형한 가운데, 비선실세 최순실로 촉발된 국정농단 사건의 정점에 서있는 박 전 대통령에 관한 1심 재판부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0년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된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업들이 774억 원을 강제로 출연하게 한 혐의를 비롯해, 역시 최씨와 공모해 삼성전자로부터 최씨 딸 정유라 승마 지원비 등 433억 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 등 총 18개 혐의을 받고 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을 작성 관리하게 하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시켜 청와대와 정부부처 기밀문서를 최씨에게 유출한 혐의 등도 있다.
검찰이 이날 박 전 대통령에게 구형한 징역 30년은 형법이 정한 유기징역의 '상한'으로서 최대치이지만, 법에 정해진 요건에 따라 유기징역을 가중할 경우 형량은 50년까지 허용된다.
법조계는 가중(경합범) 요인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이론상 45년이 상한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이날 결심 공판에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권한을 사유화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가치를 훼손했다"며 "그 결과 피고인은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지난해 10월16일 사선 변호인단 7명 전원이 총사퇴하고 이어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보이콧에 들어가 지난 5달 간 5인의 국선 변호인단만으로 피고인 없이 궐석재판으로 진행되어왔다.
법조계는 "박 전 대통령 18개 혐의 중 13개 공소사실이 최씨 선고에서 이미 공모 관계와 유죄가 인정됐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앞선 다른 국정농단 재판의 1심에서 2개 공소사실의 공모 관계가 인정됐다"면서 "핵심 공범 최씨가 1심에서 징역 20년 중형을 선고받은 만큼 공직자 신분인 박 전 대통령에게 그보다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은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헌정사에 오점"이라면서 징역 30년·벌금 1185억 원을 구형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해온 형사합의22부는 최씨 1심을 함께 판단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공모했다는 13개 혐의 중 11개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최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법조계는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의 공모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선고 형량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전직대통령 신분과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을 야기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무거울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판사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최고위 공직자인 대통령 신분에 요구되는 청렴성을 훼손한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민간인인 최씨 보다 더 위중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보았다.
실제로 재판부는 지난 13일 최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재단에 기업 출연을 강요한 점은 물론이고, 박 전 대통령을 매개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암묵적으로 공모한 점, 최씨의 사적 영리추구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관계로 이어졌고 최씨는 단순 수령을 넘어 뇌물수수를 수행한 것 모두를 규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형량을 산정하면서 "광범위한 국정개입으로 국정질서 혼란을 초래한 주된 책임은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인에게 나눈 박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18개 혐의에 따른 방대한 서류증거 및 법리 정리를 감안하면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의 선고 공판을 3월 말이나 4월 초에 열 것으로 전망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구속기한 만료일인 4월16일 전에 선고할 방침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은 이날 심리가 끝났지만, 별도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및 국회의원 공천에 불법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향후 본격적인 재판에 돌입한다.
두 사건 심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병합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두 사건 재판을 같이 열기로 했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